사람 얼굴 구별 못한다는 글 받고 쓰는 훨글.
- 작성일
- 12-03-23 19:52
지금도 그렇지만 소시적엔 더 그랬던듯 싶은데..
뭔 말인가 하면
제가 술을 좋아했더란 말입니다.
얼마전에 본원이 등장한 힐링캠프를 보다가 나도 저랬는데 했던 에피소드가 있었죠.
어디서 술자리가 벌어진다
그 술자리에 아는 얼굴 하나만 있으면 찾아가서 마신다.
뭐 그런 내용인데요.
저도 그랬더란 말이죠.
주로 찾아가는 술자리는 학생운동 하는 넘들 있는 자리였습니다.
NL 애들이야 거의 척을지고 있었고
걔들 꼭두각시였긴 했지만 그나마 색깔이 좀 옅었던 총여학 애들하고는 쩜 친했...
주류 PD 계열 애들하고는 만날 때 마다 쌈박질 해댔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그래도 좀 있었고
제가 몸 담고 있던 곳 다른 애들이 그 주류 PD계열 애들 꼭두각시 역할 놀이도 하고 그랬어서
아주 친할 정도 까진 아니어도 술한잔 마실 정도는 됐었거든요.
전 윤제문처럼 술마신다는 소리만 듣고 찾아갈 정도는 아니고
애들이 모이는 장소가 뻔했기 때문에 그냥 가면 아는 얼굴 있어서 술잔 하나 들고 앉는다거나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합석하거나 또 같은 술집에서 마시다 우리쪽 술자리 끊어지면 자연스럽게 옮기기도 했었고
뭐 등등 방법이야 많았죠.
그런데
요게 술자리에서는 참 좋은데 참 난감한 상황들이 생기더군요
학교를 왔다갔다 하면 뜬금없이 제게 인사하는 애들 말이에요.
도대체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겁니다.
하나 둘 뭐 그정도가 갑자기 인사를 하면 전 깜짝 놀라긴 하지만 뭐 대충 아는 척 하면서 넘길 수 있다고 쳐도
전혀 얼굴도 모르는 놈들이 길가던 저를 붙잡고 밥사달라고 할 땐 정말...
니들 누구냐 라고 하기도 뭣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하나 둘 아는 얼굴 때문에 같이 마셨던 술자리에서 있던 놈들이었던 거죠.
뭐 그 결론을 내고도 술자리는 잘 찾아갔고 모르는 애들은 계속 제게 인사를 했고
.
그러다가 졸업한 기분이네요. ㅎㅎㅎ
사람 얼굴을 참 기억 못하는데 이게 안면 인식 장애인건가...
이것 뿐 아니라 이름, 단어, 숫자... 세상엔 기억해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왜 제 뇌 주름엔 흔적도 안 남기고 사라지는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