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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동네에 애정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골에 살 때는 너무 외로웠고, 인천 어딘가에 살 때는 너무 지저분하고 뿌연 하늘이 싫기만 했습니다. 처음으로 집을 얻어 산 곳은 너무 덥고, 시끄러웠고 빨리 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는 곳, 마음에 듭니다. 별로 크지 않은 집에 아주 높아 올라오기 너무 힘들지만 동네가 좋습니다. 먼저 조용합니다. 큰 길가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곳이라 밤에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차소리 안 들리는 곳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자주 가진 않지만 집 앞에 공원도 하나 있습니다. 저녁 무렵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걸 볼 수 있는 동네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고 크고 작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대개 12시 넘어까지 하고, 소량의 음식도 많이 파는 가게들입니다. 자취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죠. 정육점도 있고, 생활용품 가게, 3000원 짜리 파는 우동집, 맛있는 떡볶이 집, 동네 빵집, 작은 카페가 군데 군데 있습니다.

천변인지라 산책로가 나있고, 이 길을 따라 가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 천이 넘쳐 회사 출근을 늦게 한 적도 있지만, 꽤 괜찮은 곳이지요.

그런데 이 동네를 8월에는 떠나야 합니다. 집을 새로 구해 가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워 출퇴근 길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왕 다른 동네로 가는 것, 고양이가 뛰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으로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