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돌리드 논쟁 - 밑에 동물원 글에 달린 다하다님의 댓글에 부쳐
- 작성일
- 12-03-25 13:45
1550년에서 1551년에 걸쳐 에스파냐의 바야돌리드에서 중대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재판의 내용은 '신대륙 사람들(인디언)이 과연 사람인가' 하는 것이었죠.
에스파냐의 신대륙 지배야 뭐.. 백인들의 인디언 정복과 노예제를 생각하시면 쉽게 상상이 가시겠지만,
가장 압권인 사례를 하나 언급하자면, 당시 세계 최대의 은광으로 세계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는 포토시 은광이 있습니다.
원래 은은 납이랑 섞여있어서 제련하기가 어려운 광물이라고 하는데, 그 즈음에 수은아말감법이라는 제련법이 개발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납과 은이 섞여있는 원광석을 수은에 넣고 달달 끓이면 은이 남는다는 거죠.
... 수은을 달달 끓이니까 수은 증기가 나옵니다. ..... 뭐 ... ㅡ.ㅡ
포토시에서 죽은 사람만 8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 인디오는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게 되죠. (이건 좀 나중 얘기고)
이런 참상을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라는 신부가 인디오도 사람이라는 입장에 서서 변론합니다.
(라스카사스라는 이름이 혹시 익숙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 멕시코의 지명입니다. 특히 사파티스타 반군으로 유명한 치아파스에 라스카사스 시가 있죠.)
뭐 .. 여러 논증이 오고갔는데 어쨋든 결국 라스카사스가 재판에서 이깁니다.
인디오도 사람이다. 그러니 물건이나 가축처럼 죽여서는 안된다. 기독교로 개종한 인디오는 (이론적으로) 다른 어느 기독교도와 동등하다.
이런 정도 판결이 납니다.
.... 그런데 사실 이 판결의 배후에는 다른 정치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었지요.
그건 그동안의 지배로 인해 인디오가 많이 죽었다는 사실입니다.
인디오 노동력이 이미 부족해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보호할 필요성이 생긴 겁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 '인디오는 사람이므로 노예노동에 쓸 수 없으니, 노예를 들여오자.'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됩니다.
아프리카로부터 '사람이 아닌 검은 가축'을 막 들여오기 위한 예비 수순이었던 거죠.
(그렇다고 해도 라스카사스 신부의 활동이 폄하될 것은 아닙니다만 .. )
그냥 댓글 중에 원주민들 전시해놓고 구경하는 사진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쓰고보니 뻘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