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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이 헐리우드 키드라면, 저는 스포츠신문 키드 쯤 될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문자 중독이었지만, 어려운 글을 읽는 건 즐기지 않아 스포츠신문과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예전에 대학 들어갈 무렵 친구들에게 '내 지식의 반은 스포츠신문에서, 반은 만화에서 나왔다'라고 종종 말했었죠.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무렵부터 나오는 스포츠신문은 거의 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지하철을 타고 통학했는데, 스포츠신문을 사서 볼 돈이 없으니 전철 위에 있는 스포츠 신문 줏어다 보는거죠. 종류별로 수거해 하나씩 보는 겁니다.

집에서는 스포츠신문을 보는 걸 대단히 부정적으로 봤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집으로 가져오는 걸 보면 뭐라고 하셨기 때문에 숨겨서 보거나, 다음날 학교에서 보곤 했습니다.

지금과 다르게 인터넷도 없고, 야구 TV중계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스포츠 정보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길은 스포츠신문 밖에 없었죠. 매일매일 기록지 보며 오늘 경기를 복기했죠.

신문이 못 주운 날은 기억하고 있다가, 시립도서관에 주말에 공부한다고 가서 몰아서 읽곤 했습니다. 어느날은 예전 스포츠 신문 뭉치를 꺼내들고 과거에 스포츠신문을 보며 옛날 선수들의 활약을 되짚어 봤습니다.

물론 약간 야했던 스포츠신문 만화도 꼬박꼬박 봤지요. 연예뉴스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고, 일반 신문에서 다루지 못하는 가쉽이나 진기한 뉴스들을 재밌게 봤습니다.

요즘도 네이버 들락날락 거리며 스포츠기사 보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예전에는 절대적이었던 정보원이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위치긴 하지만요. 거의 모든 경기를 보니 기자가 전달하는 팩트를 보기 보단, 어떤 시각에서 보는지를 확인하곤 합니다. 주로 인터뷰나, 선수 동정들에 더 눈이 갑니다. 다만 예전엔 이종남 기자 같이 좋은 야구평을 하는 기자도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스포츠신문에 나온 야구평들이 영 시시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