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22번째 자살....
- 작성일
- 12-04-03 02:43
요즘에 자살이 하도 많으니 한다리 두다리 건너 사이에 그렇게 보낸 분들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
쌍용차에서 14년간 일한 36세의 미혼 청년이라는데 ..
쌍용차가 주인 바뀌고 불안불안할 때 20대 후반, 30대에 접어들었을 거고 최근 3년은 해고자 상태였죠.
구직 활동을 하고 다녔는데, 쌍용차 노조였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
다른 이의 죽음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는 문화이기도 하고,
또 좋은 면만 추억해주는 예의지국이라 이렇게 말하기 뭐할 수도 있는데,
아마 적어도 최근 몇 개월간 좋은 아들이나 좋은 이웃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여러모로 살펴본 결과 인간의 정신이 매우 연약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 시련을 거쳐 강해지는 위대한 인간도 있을 것이고, 묵묵히 견뎌나가는 뛰어난 인간도 있겠지만,
대부분 보통의 정신을 가졌을 쌍용차 해고자들은 50% 이상이 절대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상태라고 합니다.
쌍용차 경영이 악화된 것 만큼이나, 그분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도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죠.
그 우울증의 정체는 무력감과 공포감일 겁니다.
아무 책임질 일을 하지 않았는데 결과인 고통만을 떠맡게 된, 그렇게 싸웠는데도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 .. 그런 무력감.
노조에 가입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재취업까지 할 수 없었던 무력감.
그리고, 어쩌면 다시 '인간답게' 살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공포감 때문에 서서히 정신이 잠식되고 무너져갑니다.
술에 의존할 수도 있고, 화를 내거나 자신을 추스르기 어려워집니다.
'좋은 아들이나 좋은 이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겁니다.
더 괴로운 건 그렇게 망가지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똑똑히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괴롭지만, 그 정신적 고통이 자기 인간성을 좀먹고 있고, 그것이 더 큰 공포가 되는 거죠.
결국 인간답게 살고 싶은 최후의 자존심으로 아직 인간일 때 자기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결정을 하게 되는 ....
그렇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제3자나, 현자의 입장에서 보면 새삶을 찾을 길이 있을 수도, 어리석은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3자도 아니고 현자도 못되는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사회적 해결책' 없이 좀처럼 찾기 힘든 길이겠지요.
요컨대 세상을 떠난 쌍용차 노동자들은 모지리도 아니고 노동해방의 투사는 더더욱 아닌 아닌 보통의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지금도 진행되는 쌍용차 투쟁은,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살려달라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컥한 마음에 이 글의 세 배나 되는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하다보니 하려던 얘기가 뭔지조차 혼미한데
안타깝고 슬픕니다. 본인이 겪었을 고통, 주변의 고통을 생각하면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네요.
그리고 같은 보통사람인 나 자신의 삶에 대한 공포. '와락'프로젝트에 후원이라도 할 걸 하는 후회
기업이 해고한 것은 했더라도 최소한 죽지는 않도록 상담 정도는 사회가 책임져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노
같은 보통 사람인 내 삶에 대한 공포. 뭐 이런 것들이 뒤죽박죽 떠올라서 ....
후..... 정리가 안됩니다.
어떻게 해야 해결이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