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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랜드 오이코스 대학 총기난사 용의자 고수남(44·사진)씨는 성인이 된 뒤 미국 이민을 온 경우로, 사춘기 전 부모를 따라 이민 오는 '1.5세대'와는 또 다른 언어적·문화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의 본명은 애초 알려진 고원일이 아니라 고수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3일 "1968년생인 고수남씨가 1990년 이민 와 자신의 이름을 고원엘(One L. Goh)로 고쳐 사용했고 한인마트 등에서 일할 때 고원일로 불렸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시민권을 얻었다.

고씨는 처음 정착한 버지니아주에서 결혼에 실패한 데다 빚까지 지게 되자 캘리포니아로 이주했지만, 건설현장 막일과 마트 허드렛일로 겨우 생활을 꾸려나갔고 불같은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들어간 오이코스 대학에서도 서툰 영어로 주변 학생들로부터 무시를 당했고 지난해 형과 어머니가 잇따라 세상을 떠난 데 대한 분노와 낙심이 겹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범행에 쓴 총기 6주 전 구입

고씨를 조사한 경찰은 "고씨가 총격 대상자를 미리 점찍은 게 아니었고 희생자 중 자신을 따돌리거나 놀린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를 가르쳤던 로미 존 델러리먼 간호학과 교수는 "고씨가 '누군가를 흠씬 두들겨 패줬다'고 종종 말했고 대인 관계, 특히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서툴러 염려스러웠다"고 말했다. 반면 이웃 중에선 "고씨가 예의 바르고 조용해 남을 해칠 인물로 보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고씨는 6주 전 샌프란시스코 인근 총기상에서 합법적으로 45구경 반자동 권총을 구입해 범행에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 총을 찾아내지 못했다. 고씨는 사건 당시 한 차례 이상 탄창을 바꿔 끼웠으며, 누군가 911에 신고하는 음성을 듣고서 총격을 멈추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이민여성 근무 바꿨다 참변

3일 오후 6시 20분 오이코스 대학에서 4㎞ 떨어진 앨런 템플 침례교회는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추모 기도회가 열린 이 교회에는 유가족과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시민, 지역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인 희생자 심현주(리디아 심·21)씨의 동생 대니얼 심(19)씨는 "누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병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했고 아이들을 좋아해 소아과 의사를 꿈꿨다"며 "이제 더 좋은 곳에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희생자 김은혜(그레이스 김·24)씨 유족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추모회에 참석한 교직원 베브 콘셉시온(Concepcion)씨는 숨진 동료 캐틀린 핑(24·필리핀)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콘셉시온씨는 "핑씨로부터 '근무시간을 맞바꾸자'는 전화 음성녹음을 듣고 바꿔줬는데…"라고 말했다. 핑씨는 2007년 이민 와 네 살 된 아들을 두고 있으며, 이날 오후 예정된 영주권 관련 인터뷰 때문에 근무를 바꿨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