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줄어든 걸 두고 제일 언급 안되지만 제일 중요한 팩터.
- 작성일
- 12-04-15 01:15
바로 언론, 그리고 그들이 프레임의 힘이라고 봅니다.
문재인이 부산에서 당선된 것, 이정현이 광주에서 40%를 받은 것, 김부겸이 대구에서 40%를 받은 것은 단지 노무현, 박근헤, 손학규의 힘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언론에서 지역주의는 무조건적인 비판 대상입니다. 어떤 것이건 무조건 지역주의는 나쁩니다. 다양한 관점 자체가 허용이 안 됩니다. 그저 무조건 지역주의가 나쁘고 정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면 절대 안된다는 좀 앵무새같은 주장이 끊임없이 되풀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이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건설사 사장님부터 동네 이장까지 대변하고 그들의 민원을 '제대로' 해결해준다는 건 뒤로 묻히고 맙니다. 적어도 두 정당은 양 지역에서 철저한 포괄정당입니다. 이걸 극복해야만 지역주의가 극복이 가능한데 그건 무시하고 단순히 지역 사람이니까 찍어주는 것으로 몰아 붙이니 성공을 못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문재인이 혼자서나마 당선되고 광주에서 이정현이 40%를 얻은 것은 바로 언론, 그리고 기존에 지역주의에 대해 쌓아 올려진 프레임 덕분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언론에서 문재인, 이정현, 김부겸을 언급할 때 그들은 이번에는 벽을 깰 수 있을지 기대된다하며 그들이 그 벽을 깨길 기대합니다. 다수의 논객, 칼럼, 다큐멘터리도 그것을 당위에 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설명됩니다.
노무현 때는 이러한 캠페인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졌던 겁니다. 만약 그 시기에도 같은 수준의 캠페인이 있었다면 노무현은 당선되었을 겁니다. 혹은 낙선해도 접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절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내내 문재인 패밀리가 부산에서 성공하는가, 광주에서 이정현은 살아 돌아오는가, 대구에서 김부겸은 생환할 것인가가 화젯거리였습니다.
각 지역 주민들은 타 지역에서, 중앙의 언론에서 얼마나 이 문제를 언급하고 주목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주의는 무조건 나쁘고 지역정당이라는 정당 특성은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이번 만큼 선거 내내 반복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나름대로의 득표를 받아낸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이걸 무시하고 단순히 한 인물이나 한 정파의 대변인을 원인으로 찾으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계는 있습니다. 도덕주의(?)에 기반한 호소는 딱 거기까지거든요. 즉 언론이 "지역주의가 이번에 깨질 것인가? 그러면 좋겠는데 과연 가능할까요?"라고 해주는 건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겁니다.
만약 김부겸이 대구의 청소노동자들의 절박한 민원부터 경북고 동문회의 고급스러운 민원까지 들어줄 수 있고 들어주진 못해도 웃으면서 그걸 끊임없이 상대할 수 있다면 저는 그 때가 김부겸이 이한구를 이기는 순간이라고 봅니다. 민주통합당에서 건설왕이라는 미묘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조경태가 부산에서 3선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만약 조경태가 난 건설은 모르고 민원도 모르고 오로지 민주개혁과 평화와 진보만 알고 있다고 떠들었다면 3선이 가능했겠습니까.
이번의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팩터는 딱 언론의 프레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팩터의 힘은 거기까집니다.
지역주의를 깨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그게 가능하려면 정당에서 이념의 스펙트럼의 넓이를 조금 넓혀둘 필요가 있습니다. 야권이 만약 영남에 진출하려면 이 부분에 힘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영남의 서민들은 무지몽매한 지역주의의 고리에 낚여서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발상으로는 안 됩니다. 자유총연합회의 아저씨들과도 실실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영남에서 꽃을 피울 겁니다. 민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5.18 단체에서도 표창을 받은 이정현이 40%를 받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