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되면 이런 현실은 여전하겠죠
- 작성일
- 12-04-15 02:09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해사 교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측 "항소할 것…20년 전 '이적표현물' 기준 그대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1129155428§ion=05아래는 연대 사학과에서 발표한 청원서입니다.
청 원 서
용산 고등군사법원 재판부 귀하
본 교수 및 대학원생 일동은 한국사 대학원 석사과정 김효성 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군검찰의 기소내용과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역사학에 대한 단견과 오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 바로잡고, 2심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도움이 되고자 뜻을 모았습니다.
김효성 군은 2008년 연세대학교 사학과 한국사 대학원에 석사 과정으로 입학하였습니다. 평소 김효성 군은 성실히 학업에 임하였고, 학문적 비판능력과 폭넓은 사고의 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김효성 군의 과거 학생회장 경력을 그의 해군사관학교 강의와 연결시켜 그 의도를 의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10년 전의 과거지사일 뿐입니다. 대학원 재학 중에도 특정한 정치적 편향을 보이지 않았던 바, 김효성 군이 해군사관학교에서 ‘불순한’ 목적을 갖고 역사학의 성과를 이용하였다고 보지 않습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검찰 측의 기소 내용 대부분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재판부가 이적표현물로 지목한 김효성 군의 강의노트는 전통 있는 한국사 관련 학회인 한국사연구회에서 간행한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하)의 내용을 위주로 편집하여 작성되었으며 실제로 판결문에서 이적표현으로 적시하며 인용한 문장들은 대부분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하)의 내용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해당 저서는 한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나 한국사 연구자들에게 입문서로 추천되는 책일 만큼 학계에서 폭넓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김효성 군이 소지하고 있던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같은 저작도 이적표현물로 지목하였습니다. 해당 저작들은 간행 시기가 오래 지났으므로 그 주요 논지들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가의 여부는 학문적 논쟁을 통해 판단되어야 할 것이지만, 해당 저작들이 한국사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행 연구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대학 도서관이나 일반 서점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역사 연구서들임에도 이를 이적표현물로 규정한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김효성 군이 소지하고 있던 소볼레프 저, "반제민족통일전선연구"와 김시중 저, ｢우리나라에서 인민민주주의의 발생과 발전｣이라는 논저는 2008년 가을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북한현대사 수업의 참고자료였던 것입니다. 북한 현대사 수업의 특성상 북한 체제의 성격과 나름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입니다. 객관적인 자료에 바탕하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역사 인식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실의 정책적 판단에도 우를 범하게 되는 길이 됩니다. 해당 논저들은 북한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들입니다. 때문에 공인된 대학의 대학원 수업에서 이용한 연구 자료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역사학이란 그 본질에 있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는 ‘해석’의 문제입니다. 학문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 이루어진 역사 연구의 다양한 ‘해석’들은 다시금 여러 학자들의 비판과 검토를 거치면서 각각의 학문적 위상을 잡아가게 됩니다. 학계의 자체 검토와 비평 속에서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성과들은 자연히 도태되고, 특정한 정치적 편향을 의도로 작성되는 서적은 그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역사학계에서 폭넓게 그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거나 선행 연구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 논저들에 대한 이적 규정은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심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김효성 군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본 교수 및 대학원생 일동은 당혹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효성 군의 태도에는 그 어떤 불순한 의도도 없었으며, 또한 해군사관학교에서 김효성 군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며 기존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검증된 연구 성과만을 바탕으로 교육자의 본분에 충실하였을 뿐입니다. 그러한 김효성 군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은 그 자체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상식과 합리성을 근거로 학문의 발전을 도야하는 역사학계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2심 재판부에서는 이 점 널리 혜량하여 김효성 군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 줄 것을 청원하는 바입니다.
2012년 4월
연세대학교 사학과, 역사문화학과 교수 및 대학원생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