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보고 문뜩 생각나는...
- 작성일
- 12-04-16 02:47
물론 군바리 시절 얘깁니다.
즈희 부대는 중대가 6소대 까지 있었습니다.
한개 소대가 스무명 조금 안 됐던...
4개 소대가 지피에 들어가고 2개 소대는 휴가 때문에 주둔지에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그런 시스템이었던...
아무튼
주둔지에 내려가면 훈련을 하는데
여러 훈련이 다른 곳과 많이 달랐었는데
특히 사격 훈련이 다른 곳과 차이가 났었죠.
저희는 단발 사격이 아니라 점사와 연사를 했었거든요.
개인 소총 뿐 아니라 공용화기도...
그중 하나가 MG50이었는데
사격 훈련을 하던 중에 한 소대 소대장이 자기가 남은 탄 다 쏘겠다면서
예광탄만 있는 탄띠를 장착하더니 그냥 막 갈겼던 겁니다.
그런데 그 때 잠깐 자리를 비웠던 중대장이 그 모습을 봤던 거죠.
예광탄만 묶여있던 탄띠를 연발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그자리에서 다른 소대원들이 보고있던 자리에서 예고 없이 발길질을....
처량하더군요. ㅎㅎㅎ
군대 다녀오신 붕들은 아마 그 이유를 아실 거에요.
무리하게 당기면 총열이 휜다고 하죠.
그 소대장은 그 때 말고도 몇 번 중대장한테 발길질 당했었습니다.
한 번은 그 소대가 휴가나가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새벽부터 비가 억수로 퍼부었었죠.
결국 그 소대 휴가는 미뤄지고 새벽부터 물길트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 소대장이 아침 9시 넘어서 출근을...
'
우리는 그 소대와 같이 물길 트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늦게 출근한 그 소대장은 우리가 텄던 물길에서 끝에서 끝까지 포복을 했던..
중간에 중대장의 발길이 쉬지 않았고. ㅎㅎㅎ
아마 중대장에게 소대원 앞에서 대놓고 맞았던 소대장들 중 가장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요게 다 제 군 시절 얘기인데.
문득 드는 생각이 뭐냐면,
총열 휜다는 얘기는 아마도 군 생활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박노자 식으로 얘기 한다면 군대 문화가 이 사회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도 이 전광판 얘기를 보고 떠올린 게 그거였었고.
가볍게 적으셨던 거였겠지만
하필 그 비유가 군의 문화와 관련된 것이라는 것 때문인지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뭐 이건 제 개인적인 거부감일 거에요.
파이팅!! 이런 말을 싫어하는 것 처럼 말이죠.
조금 예민한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군사(군대) 문화에 익숙하다고 하지만 그와 관련된 용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음 싶은 맘에서 요 글을 올려봅니다.
혹여 동의하시는 붕 계실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전광판 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전하는 말을 할 때는 조금 염두해두셨음 싶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