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탄핵바람을 이겨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꺼낸 반격 카드는 ‘4대 개혁법안’ 처리였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법 및 신문법 제정 중 신문법을 도맡았던 이가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정청래(서울 마포을) 당선자다.

정 당선자는 당시 신문사 소유 지분 제한과 일간신문 발행인 및 편집인 재산공개 등을 주장하며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족벌언론의 개혁을 주장했다. 이런 신문법을 두고 ‘조선일보 때려잡는’ 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여파였을까. 그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모가지 발언 사건’ 논란으로 18대 총선에서 강용석 의원에게 아까운 표 차이로 낙선했다. 당시 두 신문은 선거운동 중 지역 초등학교 교감에게 “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 “이런 식으로 하면 다 모가지 잘리는 수가 있어”라는 폭언을 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이후 대법원에서 허위사실로 판명나기도 했다.


   
정청래 당선자의 사무실 곳곳에는 언론사들의 잡지와 신문에 난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붙어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런 그가 이번에 국회로 돌아왔다. 언론개혁을 담당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배치될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난제가 산적해 있다.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조중동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지적과 함께 공정언론 복원을 위한 언론사 파업과 종합편성채널 규제 논의가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는 지난 16일 “조중동과 나는꼼수다(나꼼수)의 대결에서 나꼼수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중동은 이미 군소언론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당선자는 종합편성채널의 규제안에 대해서 “종편은 이미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며 “또한 3년마다 이뤄지는 ‘방송재허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은 문방위에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정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조중동 저격수’가 돌아왔다고 하더라. 4년 만에 국회에 돌아온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난 내가 저격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격수에는 진실이 아닌 것을 물고 늘어진다는 네거티브의 이미지가 있다. 나에겐 진실의 편에서 옳은 말을 참지 못하고 한다는 개념밖에는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순간순간이 고통이었지만 여의도에 없는 전직 의원으로서 4년 내내 지역 활동을 선거운동처럼 한 것이 나에게 승리를 안겨준 힘이라고 본다. 이제부터 ‘더 낮게, 더 겸손하게, 더 열심히’라는 ‘3더운동’을 할 생각이다.”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19대에서도 그럴 건가.


“조중동 중 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중 한 곳에서 후보를 뽑는 경선 한 달 전부터 연락이 와서 선거운동부터 개표까지 1인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찍어주겠다고 했다. 내가 ‘왜 나한테 와서 하려고 하나, 내가 문방위 갈 것 같아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다 아시면서 묻느냐’고 하더라. 나는 안하겠다고 했다. 하면 오히려 표 떨어지니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조중동 프레임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보시나.


“조중동과 나는꼼수다(나꼼수)의 대결에서 나꼼수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중동은 이미 군소언론으로 전락했다. 김용민 때문에 몇 석을 날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 나꼼수 때문에 이긴 것을 생각해보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다. 막말 논란이 터졌을 때 당이 전전긍긍한 점이 문제였다. 그 사건이 터지고 김용민 사무실에 갔지만 민주당 쪽에서 찾아온 사람이 나 혼자뿐이더라. 선거 전 나꼼수에 눈도장 찍으려고 했던 건 언제고 끝났다고 본체만체 한다. 김어준이 그러더라. 선거 끝나면 누가 봉주형에게 면회 오는지 봐야겠다고. 언론부터 그를 선거 패배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난 트위터에 ‘그나마 수도권 승리의 공은 나꼼수다’라고 썼다.”


 


-하지만 영남은 물론 충청, 강원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들의 영향력이 줄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자본력이라고 본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손아귀에 기업을 꽉 잡고 있다. 기업 중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이 어디 있나. 조중동이 벌어들이는 수익 중 판매수입은 10%밖에 되지 않지만 광고수입은 90%나 된다. 기업으로부터 수혈한 자본으로 굴러간다는 말이다. 내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아고라에 조중동에 대한 광고절독운동을 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촛불시위를 MB와의 싸움이 아니라 조선일보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지 정권을 옹호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권을 만드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언론장악 청문회와 종편 규제 등 언론개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숫자가 부족한 건 맞다. 하지만 숫자가 부족하다면 민심을 등에 업고 민심으로 그 벽을 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번 총선을 시대정신이 충만하고 국민은 준비돼 있었지만 이것을 담은 그릇이 불량품이었다. 앞으로라도 민주당이 진보개혁과 정권심판이라는 시대정신에 충실해지는 수 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 80석으로 정권을 창출하지 않았나. 언론개혁도 대선 전까지 5개월 동안 너무 급하게 가려하지 않았으면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당장 해야 하는 것을 잘 정리해서 갔으면 한다. 진보개혁 진영의 역량을 잘 파악해서 객관적 정세에 맞게 중심고리부터 풀어야 한다.”


   
지난 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정청래 당선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개혁의 중심 고리는 뭐라고 보나.


“그 동안 종편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는데 너무 몰아 부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타멸과 자멸의 길이 있는데 종편은 이미 자멸의 길에 들어섰다. 4개의 종편이 탄생하는 순간 그랬다. 방송광고시장이 한정돼 있는데 지상파와 경쟁이 되겠나. 게다가 종편 프로그램이 유치찬란하지 않나. 또 3년마다 이뤄지는 ‘방송재허가’를 잘 활용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그 권한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회 문방위에서 결정한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19대 국회에서 당장 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뭔가.


“허위사실 유포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와 관련해 나경원법과 정봉주법을 잘 봐야 한다. MB정권 하에서 가장 심한 탄압이 엄포와 공갈로 밥줄을 끊는 것이었다. SNS가 활발한 사회임에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막았다. 허위사실이 있을 때 어느 정도에서 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또 통신비밀보호법과 언론관계법,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문방위에 배치될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 다 그렇게 말하고 있더라. 문방위 안 하겠다고 하면 거의 맞아죽을 분위기다.(웃음) 지난 17대 문방위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건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을 만들었던 것과 e-스포츠에 대한 정책을 만들었던 일이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 나는 기본적으로 평화와 문화에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다는 사람이다.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떠오른다면 제2의 한류로 떠올라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 17대 문방위에서 언론개혁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동료 정치인들에게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맺으라고 말하고 싶나.


“언론을 따라다니지 말고 언론이 자신을 따라오게 하라고 말한다. 언론에 잘 보이려고 기웃거리기보다는 바른 길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