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의 아프리카 체류기 09] 그 동네의 치안은 불안한가??
- 작성일
- 10-02-25 11:39
얼마전에 끝난 아프리칸 네이션스컵 축구대회가 앙골라에서 열렸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대회에 참가했던 토고대표팀이 무장괴한들로부터 피격을 받아
3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이 사태로만 본다면 앙골라라는 나라는 외국인이 살 수 없는 흉흉한 나라로 보여진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사태에 대해 디벼보며 내가 사는 동안 느꼈던 앙골라라는 나라의 치안에 대해 말해보겠다.
앙골라는 내전이 끝난 후 현재 활발하게 복구사업과 개발사업이 진행중이다.
몇년전부터 한국의 수 많은 업체들도 참여하여 현재 이곳에는 갈수록 한국 근로자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 무슨 돈으로 전후 복구사업을 하는가?
앙골라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명백하게 말해서 사하라 이북의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사하라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는 인종구성, 역사등을 달리하기에 구별할 필요가 있다)중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석유 매장량이
많다.
국가 GDP의 80%정도를 석유에 의존하며 다이아몬드 및 기타 산업이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석유가 전 국토에서 골고루 나는것이 아니라, '카빈다'라는 지역에 유전이 몰려 있다.
그런데, 지도에서 보면 카빈다 지역은 앙골라 국토에서 약간 떨어져서 콩고 영토안에 들어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포르투칼 식민지 시절에 저 지역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들은 포르투칼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리적으로는 콩고안에 들어가 있다. 인구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콩고계 흑인들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앙골라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던 시절, 저 지역을 두고 꽤 복잡한 사정이 발생했다.
포르투갈 및 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카빈다 지역의 분리독립을 간절히 원했었다. 저 조그만 지역에
엄청난 석유가 매장되어 있으니, 독립만 하게 된다면 제2의 부르나이, 제 3의 아랍 에미레이트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 지역은 앙골라에 편입되어 독립되었고 여전히 앙골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토고대표팀을 공격했던 무장괴한들은 카빈다 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의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로서는 이 지역의 문제를 세계적으로 이슈로 만들려고 했던것 같다.
사실, 저런 일을 제외하고는 앙골라에서 저런식으로 무장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앙골라는 30년간 산토스 정부의 독재와 내전을 겪으면서, 군사력과 함께 경찰력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
독재가 오래된 나라들은 비밀경찰, 정보력......이런것이 강화되게 마련이다.
물론, 총기들은 매우 흔하다. 내전중에 사용되었던 총기 및 무기류가 제대로 회수되었을리 만무하다.
돈 100불만 주면 암시장에서 권총을 구할 수도 있고, 30불만 주면 AK소총을 살 수도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 및 돈 좀 있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다 경비 용역업체에 의뢰하여 사설 경비원을 두고 있다.
이 경비원들이 24시간 총을 든채 집앞에서 경비를 선다. 시내의 어지간한 상점 및 은행들도 이런 사설 경비원을 둔다.
사실 경비원이 없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차 몰고 돌아다니며 술마시고, 음식점 다니고, 놀러 다녀도 강도를 당하거나
할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들이 부풀려져서 누가 칼 든 괴한에게 털렸다느니, 시계를 뺏으려는 괴한에게 도끼로 팔이 잘렸다느니...이런
이야기들이 떠돌지만, 한국 사람들중에 이런 강도를 당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있더라도 옛날 일이었다.
강도가 문제가 아니라 가장 짜증나는 일은 절도였다. 그렇게도 좀도둑이 많을 수가 없었다.
빨래를 널어 놓으면 셔츠부터 시작해서 속옷까지 없어지는 일은 흔했고, 특히 대부분의 절도가 외부의 침입자 보다는
내부인의 소행이 많았다.
made나 운전사 경비원 이런 사람들이 빨래도 훔쳐가고, 방에 있는 사소한 물건들(화장품, 악세사리등)도 훔쳐가고
주방에서 식품류를 훔쳐가기도 했다.
매번 단속한다고 하지만,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지키는 법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상황도 있었다.
견물생심이라고 적은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사소한 좀도둑질은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실 도둑이라기 보다는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시내에 운전하고 나갈 경우에는 현지인 드라이버를 데리고 나가지만, 부득이하게 직접 운전을 하거나
저녁에 드라이버 퇴근시키고 혼자서 술 한잔 하러 나가는 경우도 있다.(음주운전 및 음주단속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음주운전은 가끔씩 하게 되었다.)
이럴때 경찰을 마주치면, 경찰들은 외국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보면 일단 잡고 봤다.
그리고, 신호등도 없는 거리에서 신호위반이라느니, 속도측정기도 없으면서 속도위반이라느니 어거지를 썼다.
때로는 이런 어거지도 없이 일단 여권이나 차량등록증을 달라고 하더니 주머니에 넣고서 한참동안을 딴 짓을 한다.
여권도 차량 등록증도 그 녀석이 가지고 있으니 그 자리를 뜰 수도 없고, 그 녀석은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이럴때는 하는 수 없다. 경찰을 손짓으로 부르고선 묻는다.
"꽌뚜 께르? (얼마를 원해?)"
이노무 나라가 웃긴것이 교통위반을 하면 딱지를 떼고 어쩌고 하는 법은 거의 없다. 경찰관과 1대1로 흥정을 하여
몇 푼 돈을 집어주고, 이 돈은 경찰관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런식으로 몇 번 뜯기면, 운전사 월급보다 더 많이 나온다. 그러므로 가능한 집밖을 나갈시는 운전사를 대동하게 된다.
아무리 못사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외국인이 집단 거주하거나, 그 나라의 상류층이 사는 지역은 나름대로
치안이 안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우범지대라고 알려진 지역에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크게 안전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