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FTA 반대하는 사람들을 쇄국론자 취급했던 데에서 노무현과 그람시를 비교하는건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 하나 올리고...--

아.. 그랬었나요?

노무현한테 정떨어질 일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결정적으로 등 돌린건 저 쇄국드립이었거든요. 용서가 안되더군요.

코민테른이 "우파"와의 합작으로 노선을 전환한건 독일에서 나치스가 집권한 1933년 이후의 일이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이 때는 그람시는 빵에 가 있었던걸로 아는데... 1933년 이전까지는 코민테른하고 서유럽 "개량주의자" 들의 사이가 극히 나빴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람시의 태도는 그러한 코민테른의 노선전환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급진파와 온건파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나요?

본인은 룰라가 되고 싶었을텐데 애초에 한국의 정치지형과 (FTA 라면 외교통상부) 전체적인 관료집단이 상당히 우경화된지라 노무현의 균형감각 역시 오른쪽으로 쏠린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람시 관련해서는 장석준의 이 글이 생각나네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810102605§ion=01

저도 앙겔님처럼 노무현과 그람시의 비교는 부적절하다고 봐요.

아우.. 댓글 쓰다가 잘못 누르는 바람에 지워졌네요. ㅠㅠ

그러나 노무현이 균형감각 없이 대통령까지 올라갈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삼당함당 반대부터 위태롭다가 국민회의로 이동하는건 더 비관적이었을테고. 경선에서 이길지도 회의적인데다가 정몽준과 손도 안잡았을테니 대통령은 죽어도 이회창이 됐을 듯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노무현은 주변의 우경화된 테크노크라트들의 영향도 지대했겠지만 2000년대 초반에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사민당내부의 소위 제3의 길의 영향도 많이 받은것 같더군요. 당시 유럽의 사민당에서도 이 제3의길 노선때문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복지정책이 많이 후퇴했다고하던데 이 영향도 많이 받았던 것 같더군요.

네. 당내경선을 준비 하기 위해 공부(?) 하던 시절엔 사민주의와 제3의 길 중심으로 학습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제가 디테일에 약해서 정확히 몇년도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코민테른에서 이탈리아 공산당에 세를 넓혀야 한다고 했던 건 보르디가가 당수로 있을 때였습니다. 아마도 24년 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때 보르디가는 철저히 반대했었고 그람시는 코민테른이 옳다고 했었죠.
그리고 코민테른이 개량주의자들을 아주 싫어했었고 이탈리아 사회당 당수에게 개량주의자를 내치라고 했었습니다. 당시 사회당 당수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 개량주의자를 내친다고 했었습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들기 이전으로 기억 되네요.
코민테른이 이탈리아 공산당에게 세를 넓혀야 한다고 했던 건 22년 무쏠리니 집권 이후였습니다. 당시 공산당의 세가 상당히 위축당했었죠.

사실 제가 공산주의쪽에 대해서는 아는게 별로 없다보니, 초기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긴 한데... 사실 1920년대 초에는 쏘련에서도 자본주의와의 타협인 NEP가 시행되기도 했었고, 레닌이 골골대면서 공식적으로는 국제주의적인 트로츠키가 뒤를 이을것이 유력해 보이기도 했던 시기이니 분위기가 좀 달랐을 수 있을거 같긴 하네요. 하여튼 그람시는 일관되게 자기 주장을 유지한게 맞는거 같군요. 1926년에 빵에 가는데, 이 때는 아직 스탈린의 권력이 공고하지 않던 시기이기도 하고...

다만 제가 의아했던건, 코민테른은 기본적으로 비타협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을 조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진술이 살짝 다른거 같아서 한번 말씀드려 봤습니다.

그건 러시아 혁명 이후에 백군과 적군의 내전으로 쏘련 경제가 상당히 피폐해졌기 때문에 취한 일시적인 경제정책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네프라고 해도 중소 자영업자와 농민들에게 이익을 보전한다 정도로 알고 있거든요.
당시 레닌은 그것 뿐 아니라 멘세비키에 붙었던 협동조합 주의자 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협동조합 활동 하던 사람들을 아주 싫어했지만 말년에 협동조합에 대하여 라는 글을 쓸 정도로 호의적이기도 했던 걸로 압니다. 그리고 이 당시 부할린의 영향력이 꽤 있었는데 그의 경제에 대한 주관이기도 했구요. 물론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고 집산화를 다시 하면서 부하린은 숙청당했고 스탈린이 한동안 네프 정책을 이었던 것은 정권을 잡고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인 선택이었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하린의 우파와 손을 잡아서 트로츠키 일파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거죠.

NEP의 경우는 봉건제 - 자본주의 - 공산주의라는 이행론에 집착한 이론가들의 영향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일시적 자본주의의 시기로서 과도적 시도라는 측면도 있다고 하고... 현실적으로는 토지소유에 굉장한 집착을 가진 러시아 농민들과의 타협이라고도 하고... 공산품과의 가격차위기였던가?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그와 관련이 있다고도 하고...

사실 조합주의로 계속 발전해 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역사적으론 결국 스탈린이 다 때려잡고 집산화로 가 버렸으니 이제와서 죽은자식 불알만지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합주의로 갔다면 서유럽 좌파들과의 사이도 조금은 덜 나빴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가기는 아무래도 힘들었지 싶기도 하네요.

nep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고 봐야합니다. 지젝같은 경우는 공산주의를 재창안해야한다는 주장의 예로 레닌의 nep를 거론할 정도니까요. 단지 이행론이나 단계론에 집착해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방향전환으로 볼수도 있어요. 레닌이 죽은뒤 종료되어서 그 효과를 알수없게 되긴 했지만요.

우오오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얘기들인것 같네요
조용히 눈팅하겠사옵니다

저 역시도 노무현과 그람시를 맞대응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람시의 정치적 발언들이 통합과 연대를 상당히 강조했었고
아래의 노무현이 말한대로의 노무현이 맞다면 그의 냄새도 풍긴다 하는 것 정도죠.
하지만 저 역시 대통령 이후의 노무현을 꽤나 싫어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사실 그 노무현이 맞느냐 하고 묻는 질문 글이기도 하죠.

가장 큰 차이는 애초에 혁명가로서 그람시가 체제의 안과 밖이라는 부분에 시선이 가 있었다면, 노무현은 어디까지나 개혁가 이상은 아닌 사람으로서 체제의 밖에는 처음부터 시선이 가 있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지역문제라는 고리는 같지만, 애초에 역사적 경험이 다른 이탈리아 남북부(에스파냐 세력의 지배를 받으며 귀족적 농노제가 유지된 남부, 상업도시국가로서 분립되어 발전하면서 자본주의의 발상지중 하나가 된 북부)와, 수천년간 단일정치체에 속하면서 기본적으로 역사적 경험이 다르지 않은 영호남 문제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할테고...

사실 그렇기에 총론상의 유사점에 비중을 두느냐, 각론상의 상이점에 비중을 두느냐의 차이일 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각론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 총론상의 유의점은 단지 "구호만" 같은 정도에 지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 아래에 있는 노무현의 글때문에 과거 퐈이아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만..
노무현의 말을 크게 퉁쳐서 진보는 연대해야한다라는 점에서 그람시가 남부와 북부는 연대해야한다라는 점에서는 같아요.

다만 이는 현상적인 의미에서의 '연대'일 따름이죠..

본질로 들어가자면 노무현의 연대는 좀더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해보자라고하는 체제내의 연대일뿐이고 그람시의 연대는 자본주의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연대이기 때문이죠. 사민주의도 길게 봐서는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다라 본다면 노무현식의 연대 혹은 복지국가정책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민당류의 노선이 20세기 이후 걸어온 길을 반추해본다면 그들을 결코 체제외부를 사고하는 정치집단으로 말할수는 없죠.

거기까지 같다면 냄새만 난다고 하진 않겠죠. 남부문제에서의 계급 동맹은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동맹을 이야가 한거였고 거긴 사민주의자가 끼어들 공간이 없으니까요.
전 사민주의를 아무리 길게 본다고 해도 사회주의까지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설사 스웨덴에서의 임노동자기금이 성공했다고 해도 말이죠. 사민주의의 기본은 전 자본주의라고 보는 입장이라서^^

제 이야기도 그 이야기였습니다..사민주의는 자본주의체제외부를 사고하는 정치가 아니다.

노무현은 좌파적으로 해석해줘도 사민당류밖에 안되는 사람이고 그람시는 체제 외부를 사고하는 혁명가다라는 이야기였어요.

단 계급적 연대가 진보에서 필요하다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순 있겟네요.

역시.. 진보지식인들은 수준이 대단하심
가끔은 좀 무섭기도 해여;;

그람시라는 사람도 보르디가라는 사람도 전혀 모르지만
읽어보니 뭐 그런 느낌이 있네요~

자신의 삶을 통해 생각해왔고 또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기대해왔던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기엔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너무도 복잡하디 복잡한 이해가 관통하는 터라...

그 진보를 하지 못 했다는 거에... 본인이 구시대의 막내라고 했던 걸로 이해하고 있고요

공감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뭐든 바꿀수 있는 힘이 있는거 같지만 적어도 양심있는 지도자라면 그렇게 큰 힘은 없는거 같아요
스스로 포기하고 조절하고 해야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노무현도 제 신념과 어긋나는 것들, 지지자들의 신념과 어긋나는 것들을 추진해야하만 하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분명 있었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이라크 파병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