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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묻혀 있던 소중한 판이 재발매되었습니다.

재즈 피아노의 대가이자 그의 일당 MJQ(Modern Jazz Quartet)의 활동으로 20세기 후반 재즈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하는 (솔직히 저는 재즈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만...) 존 루이스의 기념비적인 음반입니다.

이분께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의 24곡 전곡을 녹음했지요.

이 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흐의 원곡에 재즈 연주로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즉흥 연주가 가미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바흐 음악 특유의 엄격한 대위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재즈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면서 그 나른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웬만한 (바흐 같은 고전음악을 소재로 쓴) 재즈 음악들이 초반에 원곡의 선율만 조금 따와 연주한 뒤 즉흥 연주로 나머지를 때워버린 데 비해 루이스는 바흐의 원 악보에 담겨 있는 음악을 굉장히 충실하게 재현해 냅니다. 앞의 전주곡은 거의 대부분 피아노 독주로, 후의 푸가는 자신의 수족과 같은 재즈 연주팀과 함께.

그러다보니 원곡에 비해 평균적으로 두 배 가량 연주 시간이 길어지게 되어 전곡 녹음에 CD 4장 분량이 나오게 되었겠지요.

실은 89년 즈음에 간보기 식으로(?) 두 장을 먼저 발매한 것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자 5년 간 좀 뜸을 들였다가 나머지 두 장을 내놓게 된 거라는 사연이 숨어 있긴 합니다. 그래서인가, 아무래도 앞 두 장의 평가가 훨씬 좋긴 합니다.ㅎㅎㅎ

하지만 Philips에서 나온 이 판들은 그 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어 많은 이들의 애를 태웠는데, 웬일로 이번에 한국 Universal에서 라이센스로 네 장을 한꺼번에 묶어 12월 쯤부터 재발매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라이센스답게, 전체적인 디자인은 당연히 좀 구린 편이며, 필립스 원반에 있었을 풍부한 해설은 싹 자취를 감추었으며 국내 재즈 평론가라는 분의 해설과 그 일본어 번역이 내지의 전부라는 건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발매해주는 게 어디겠습니까ㅋ


놓치기에 아까운 판이니 꼭 구해보시길 바랍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곡집의 순서는 원래는 BWV와 무관하게 배열되어 있었지만 제 맘대로 유명한 C장조, 첫 곡부터 조성 순서대로 늘어놓아볼까 합니다. 한 번에 4곡씩이면 24곡을 모두 소개하는 데 총 여섯 번 정도 올려야겠네요.

이 곡집의 '얼굴' 격인 첫 두 곡 C장조와 c단조는 이 판에서도 얼굴 노릇을 하고 있기에 vol.1에 나옵니다.
c sharp단조는 vol.2에, 'Convention'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C sharp장조는 vol.3에 실렸고요.


깊어가는 겨울 밤, 멋진 고전음악이 재즈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즐겨보시길.

(국내 라이센스의 표지는 원반의 vol.1과 같습니다. vol.2,3 표지는 아래에)

Johann Sebastian Bach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

C 장조 BWV 846
전주곡                                             푸가



c 단조 BWV 847
전주곡                                             푸가



C sharp 장조 BWV 848
전주곡 - Nina's Convention                      푸가 - Ivo's Convention        



c sharp 단조 BWV 849
전주곡                                             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