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패인 원인 검증
- 작성일
- 12-12-24 10:37
18대 대통령선거가 모두 끝났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패배의 원인에 대해 여러 매체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제시해주시고 있는 가운데
저도 뭔가 좀 의견을 제시해 보려고자 합니다.
사실 패배 원인에 대한 갖가지 이론들과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보는 이에 따라 어쩌면 이 글이 다소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름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하려 한 것이니 귀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찾기란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어 있고
개중에 상당수는 적절한 방법에 의해 검증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새로운 원인을 찾아 나서기 보다는
기존에 제시된 원인을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통한 원인 분석을 시도합니다.
물론 데이터라는 것이 항상 신뢰만 할 수 있는 소스도 아닌 경우도 있고
평균화, 축적화 등을 통해 특정 수치로 집단이 대표될 뿐
개개인의 의사와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전체적인 흐름과 동향은 파악할 수 있기에
이를 한 번 살펴보고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원데이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시군구별 득표율 데이터를 활용하였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표현에는 Stata 10과 Microsoft Excel을 이용하였습니다.
검증해보고자 하는 패배 원인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입니다.
1. 여촌야도
고학력자, 노동자, 서민, 이주민 등 다양한 주민 특성이 있는 도시지역과
비교적 주민 특성이 고른 편인 비도시지역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합니다.
행정구역 상 "시", "군"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경기도 평택시, 전라북도 군산시 등 도농복합시가 다수 분포하는 등
단순히 행정구역 상 구분으로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인 "인구밀도(명/헥타르)"를 유사척도로 선정하였습니다.
2. 50대 이상 세대의 투표 성향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50대 이상 세대의 여당지지성향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각 시군구별 50세 이상의 인구비율(%)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인구자료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kr)의 2011년 주민등록인구를 이용합니다.
3. 지역별 투표 성향
호남과 영남의 투표 성향이 갈린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왔습니다.
특정 후보와 당에 대한 선호에서부터, 특성 사안에 대한 의사에 이르기까지
이런 차이는 "지역감정"이라는 표현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지역별 투표 성향이 뚜렷하지 않았던 곳에 성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선 각 원인에 대해 1차적인 검증을 해보겠습니다.
1. 여촌야도
시군구별 인구밀도(인/헥타르)와 문재인 후보 득표율(%) 분포입니다.
상관분석 시 상관계수는 0.0354로서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합니다.
오차의 분포가 너무 크고 상관계수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대체로 인구밀도가 높은 시군구일수록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높습니다.
2. 50대 이상 세대의 투표 성향
시군구별 50세 이상 인구비율(%)와 문재인 후보 득표율(%) 분포입니다.
상관분석 시 상관계수는 -0.0631로서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합니다.
대체로 50세 이상의 비율이 높은 시군구일수록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낮습니다.
3. 지역별 투표 성향
각 광역자치단체별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입니다.
호남에서 가장 높고, 영남과 강원에서 가장 낮는 등 지역간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지역 내에서도 여촌야도의 모습이 어느정도는 보인다는 점입니다.
즉, 경남지역에서 부산과 울산에서의 득표율이 경남에서보다 높고
호남지역에서도 광주에서의 득표율이 전남, 전북에서보다 높습니다.
이상의 검증을 통해 세 가지 원인 모두 어느정도 맞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촌야도 특징이 지역별 투표 성향에도 나타나듯이
세 가지 원인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므로
단순한 상관분석이나 일차원적 수치 비교를 통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듭니다.
이에 좀 더 깊은 검증을 해보고자 회귀분석을 이용하고자 합니다.
회귀분석은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즉,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검증해보는 통계적 방법입니다.
잠시 이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같이 X와 Y간에 이러한 분포가 나타난다고 합시다.
이 때 두 변수 간에 1차함수를 따르는 관계가 어느정도는 성립됩니다.
Y = BX + constant
이때 B는 X는 계수로서, X가 Y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X가 여러 개인 경우 다중회귀분석이라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중회귀분석의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Y = B1X1 + B2X2 + B3X3 + ... + BnXn + constant
여러개의 독립변수(X1, X2, X3, ... , Xn)이 각각 Y에 영향을 미칠 때
각 계수(B1, B2, B3, ..., Bn)는 각 독립변수가 Y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입니다.
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앞서 설정한 세 가지 원인을 대입해보겠습니다.
즉, 종속변수 Y는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고 첫번째 독립변수(X1)는 인구밀도(인/헥타르),
두변째(X2)는 50세 이상 인구비율(%), 세번째(X3)는 지역별 구분입니다.
단, 지역별 구분은 연속적인 수치가 아니므로 더미변수라는 것을 이용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소 복잡할 수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을 바탕으로 총 251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표로 정리했습니다.
| 문재인득표율 | ||
| 인구밀도 | 0.035 | ** |
| 50세이상비율 | -0.361 | ** |
| d부산 | -7.202 | ** |
| d울산 | -7.564 | ** |
| d경남 | -9.962 | ** |
| d대구 | -27.757 | ** |
| d경북 | -22.886 | ** |
| d광주 | 44.516 | ** |
| d전남 | 48.659 | ** |
| d전북 | 44.442 | ** |
| d대전 | 2.190 | |
| d세종 | 4.666 | |
| d충남 | -1.810 | |
| d충북 | -2.175 | |
| d강원 | -6.151 | ** |
| d제주 | 3.738 | |
| d인천 | -3.234 | * |
| d경기 | -0.095 | |
| constant | 56.148 | ** |
| R squared | 0.975 | |
| n | 251 |
**(p<0.05)또는 **(p<0.01)가 표시된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R squared 값은 이 모델의 설명력을 나타내며 1에 가까울 수록 좋습니다.
이 결과 자체를 잠시 검증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 수성구의 경우 인구밀도가 60.3, 50세이상 비율이 29.1이고
해당 지역은 대구이므로 다음과 같이 식에 넣어보겠습니다.
(해당하는 더미변수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무시하시면 됩니다)
Y = B1X1 + B2X2 + dX3 + constant
= 0.035 * 60.3 + (-0.361) * 29.1 + (-27.757) + 56.148
= 19.996
이 지역의 실제 득표율이 20.99였으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모델이 나왔네요.
물론, 모든 시군구마다 정확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1. 여촌야도
분석결과 인구밀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입니다.
즉, 전국적으로 여촌야도 여부가 문재인 후보 득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구밀도가 1인/헥타르 증가할 때마다 득표율이 0.035%p 증가했습니다.
큰 영향은 아니지만, 분명 도시지역에서의 득표율이 높았음을 의미합니다.
2. 50대 이상 세대의 투표 성향
마찬가지로 50세 이상의 인구 비율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입니다.
50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1% 증가할 때마다 득표율이 0.361%p 감소했습니다.
50대 이상 중장년, 노년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약했습니다.
3. 지역별 투표 성향
각 지역별로 뚜렷한 투표 성향의 차이를 보이고
기준을 서울로 잡을 시에 영남, 호남, 강원, 인천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결과를 나타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부산은 부산이기 때문에 서울에 비해
문재인 후보 득표율이 7.202%p가 깎였고,
전북은 전북이기 때문에 득표율이 44.442%p가 올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체로 서울에 비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7~-9%p, 대구, 경북지역은 -22~-27%p,
광주, 전남, 전북 지역은 +44~48%p, 강원지역은 -6%p 등
지역별 투표 성향, 즉 지역감정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대전, 세종, 충남, 제주, 경기 지역은 서울과 비숫했다,
즉, 지역 특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서울 지역 득표율은 앞에 "d"가 표시되어 있는 각 지역별 변수를 무시하시고
인구밀도와 50세이상비율을 각 계수와 곱한 후에 마지막에 있는 constant만 더하면 됩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여촌야도, 50대 이상의 투표 성향, 지역별 투표 성향은
문재인 후보의 패배에 대한 근거있는 원인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면 이제 좀 더 나아가,
이번 18대 대선과 여러모로 비슷했다는 16대 대선결과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즉, 각 원인들의 영향 정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전국 243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16대노무현득표율 | 18대문재인득표율 | |||
| 인구밀도 | 0.017 | * | 0.035 | ** |
| 50세이상비율 | -0.114 | ** | -0.361 | ** |
| d부산 | -20.198 | ** | -7.202 | ** |
| d울산 | -13.907 | ** | -7.564 | ** |
| d경남 | -21.461 | ** | -9.962 | ** |
| d대구 | -31.089 | ** | -27.757 | ** |
| d경북 | -25.076 | ** | -22.886 | ** |
| d광주 | 45.717 | ** | 44.516 | ** |
| d전남 | 46.244 | ** | 48.659 | ** |
| d전북 | 43.560 | ** | 44.442 | ** |
| d대전 | 6.176 | * | 2.190 | |
| d세종 | - | 4.666 | ||
| d충남 | 5.248 | ** | -1.810 | |
| d충북 | 3.829 | -2.175 | ||
| d강원 | -4.937 | * | -6.151 | ** |
| d제주 | 8.892 | ** | 3.738 | |
| d인천 | -2.528 | -3.234 | * | |
| d경기 | 0.781 | -0.095 | ||
| constant | 50.868 | ** | 56.148 | ** |
| R squared | 0.968 | 0.975 | ||
| n | 243 | 251 |
**(p<0.05)또는 **(p<0.01)가 표시된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R squared 값은 이 모델의 설명력을 나타내며 1에 가까울 수록 좋습니다.
1. 여촌야도
인구밀도는 16대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입니다.
여촌야도 여부가 득표율에 영향을 미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 정도가 16대에 비해 18대에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인구밀도가 미치는 영향력이 0.017에서 0.035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간이 감에 따라 도시와 비도시간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져 간다는 것입니다.
도시거주자와 비도시거주자 간에 생각의 차이가 점차 커진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향후 야권의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비도시지역 거주자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합니다.
물론 이미 좋은 정책을 만들어 놓았을지라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지역 간 통합도 중요한 이슈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 50대 이상 세대의 투표 성향
50세 이상의 인구 비율도 16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습니다.
마찬가지로, 16대에 비해 18대에서 그 영향력이 점차 커졌습니다.
즉, -0.114에서 -0.361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세대 간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대로 세대 간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야권의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합니다.
3. 지역별 투표 성향
18대에서와 비슷하게 16대에서도 지역에 따른 차이, 즉 지역감정이 나타납니다.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영남, 호남, 강원 외에 대전, 충남, 제주에서도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당시 신행정수도 공약이 대전, 충남의 유권자들에게 먹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6대와 18대를 비교해볼 때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16대 때 -21~-13이었던 것이 18대 때 -7~-9가 되었습니다.
대구, 경북의 경우도 미약하지만 약간씩 감소하긴 했고
호남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거나 약간 증가했습니다.
반면, 대전, 충남, 강원, 인천지역에서 다소 감소했습니다.
이를 종합해볼 때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 비해
호서, 강원, 인천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남,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비약적인 지지 증가를 얻어냈습니다.
이를 볼 때 호남, 영남 간의 뿌리깊은 지역감정 완화에는
문재인 후보가 상대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야권의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영남권 공략은 계속 이어나가되
호서, 강원 지역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거창하게 해놓고 보니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결론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나름 "검증"이라는 작업을 해보니
각 원인들이 근거없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드네요.
그리고 동기를 제공해주신 Nice to 님, 분노하라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왜 이런 것을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쎄요... 재미로요? ㅋㅋ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