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날
- 작성일
- 13-06-22 13:09
고향에 다녀왔고, 집사람은 곧장 워크샵으로 강화도. 6개월된 아들과 장모님은 방에서 주무시고. 채점도 얼추. 할머니 제사였는데, 참석하지 못한 죄스러움. 다음주부터 계절학기가 시작된다는 조급함. 뭐, 이런 자잘한 파동들이 모두 '맥주'로 향하는 듯했다. 이 때쯤 마셔줘야 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적절한 때가 도래했다는 것.
문제는 '맥주'로 향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약 11시 반? 근동에 사는 동무들 몇에게 전화를 넣었다. 나를 뺀 세상은 모두 불금을 즐기는 듯했다. 살짝 서운했지만, 우리에게는 편의점이 있으니까.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털레털레 바람이 부는 집 앞 오르막길을 걸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스럽지 않은 고양이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서로 갈 길이나 가지? 라는 눈초리다. 꼭 그런 뉘앙스는 아니더라도 고양이는 그런 표정이니까. 길에서 맥주를 땄다. 그 때, 아리랑티비에서 이상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내가 전화를 넣었던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주변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 찬 것을 보니 나이트거나 어디 좋은 맥주집이거나. 내가 전화한 목적을 간파한 정연이는 특유의 어법으로 왜 자신이 산본 어디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요점은 이미 두괄식에서 맺어졌었다. 나는 간만에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아서 듣고만 있었다. '형, 전화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예의 인사말로 맺었다.
집에 들어오니 조용히 틀어놓은 티비가 지 할 일을 하느라 정신없다. 움직이는 라디오. 슬슬 잠이나 자볼까?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이 생각을 물고, 서로의 키워드로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마치 성경의 첫 구절에 나오는 예수의 족보처럼. '너무 약해졌어.맥주 한 캔으로 나를 진정시키려 했단 말인가?'라고 되뇔 때즈음, 메세지가 왔다. 1시 22분.
사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다른 후배였다. 서로의 의사를 탐색하는 몇 번의 메세지질 끝에 그는 우리집 앞으로 와서 나를 태우고 자기네 집 앞에 가기로 했다. 기분 좋은 시간. 기분 좋은 만남. 집 앞에서 학부 때의 모습 그대로 반바지에 헐렁한 티, 운동화를 신고 있는 그를 봤다. 다만 옆에는 근사한 차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한훤도 잠시 우리는 그의 집앞에 주차를 하고, 근처의 이자까야라고 부르기에는 뭐하고 일식집도 아닌 말 그대로의 퓨전 술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옆 자리의 술취한 두 분의 아줌마는 술병을 떨어뜨려 깨고,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모르스 부호를 던지고 받았다. 캐치볼을 잘 못하는 어린애들 같았다. 자꾸 공을 떨어뜨린다. 이어지는 타박과 확인. 우리도 야구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야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 뭐 이런 이야기들.
학부 때, 같이 한문반을 했던, 후배 몇몇의 이름이 나오고, 궁금하지 않았지만, 궁금했다라는 표정을 짓고. 대학 교수가 된 후배와 친구 몇 몇의 이름. 차장이 된 친구와 후배의 이름 몇 몇. 시간은 교수와 차장으로 우리를 묶어놓았나, 보다. 철학이 필요한 사회, 자녀 교육. 맥주와 잘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 웃어야 할 때, 웃고. 들어야 할 때, 듣고. 먹어야 할 때, 먹고. 마셔야 할 때, 마셨다.
나에게 필요한 건 이런 거였나. 일상 속에서 필요한 또다른 '잊었던 일상'. 내 주변을 확인하는 일. 마치 6개월된 아들이 하루 종일 같은 집 안을 둘러보아도 마치 새로운 것을 본다는 듯한 얼굴을 하는 것처럼. 일상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나. 그 '맥주'의 파동은 일상으로 나를 이끌었나.
집에 돌아오는 택시가 이상하게 생겼다. 천장에는 거울이 달렸다. 그리고 방음쿠션이 차 전체를 덮었다. 그 거울을 한참 쳐다봤다. 이상하게 기사의 옆 룸 미러가 정확하게 내 얼굴을 향해있다. 뒷 좌석에 누어 거울을 바라보면서 기사에게 말했다. '이거 불법 아닌가요?' 기사가 얼굴을 돌렸다. '아시면서'. 기아 야구선수 김진우가 현신한 느낌. 일상에 젖는 것을 깨는 데에는 이만한 효과가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천원을 내밀었다. 택시 요금은 4100원. 거스름 돈은 1000원. 에누리없는 장사는 없지.
집에 돌아오니 움직이는 라디오에서는 아침을 여는 상큼한 목소리의 아나운서들이 떠들고 있었다. 너는 하루를 열어라, 나는 하루를 닫을 테니. 일상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루를 이렇게 접었다가 편다.
문제는 '맥주'로 향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약 11시 반? 근동에 사는 동무들 몇에게 전화를 넣었다. 나를 뺀 세상은 모두 불금을 즐기는 듯했다. 살짝 서운했지만, 우리에게는 편의점이 있으니까.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털레털레 바람이 부는 집 앞 오르막길을 걸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스럽지 않은 고양이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서로 갈 길이나 가지? 라는 눈초리다. 꼭 그런 뉘앙스는 아니더라도 고양이는 그런 표정이니까. 길에서 맥주를 땄다. 그 때, 아리랑티비에서 이상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내가 전화를 넣었던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주변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 찬 것을 보니 나이트거나 어디 좋은 맥주집이거나. 내가 전화한 목적을 간파한 정연이는 특유의 어법으로 왜 자신이 산본 어디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요점은 이미 두괄식에서 맺어졌었다. 나는 간만에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아서 듣고만 있었다. '형, 전화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예의 인사말로 맺었다.
집에 들어오니 조용히 틀어놓은 티비가 지 할 일을 하느라 정신없다. 움직이는 라디오. 슬슬 잠이나 자볼까?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이 생각을 물고, 서로의 키워드로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마치 성경의 첫 구절에 나오는 예수의 족보처럼. '너무 약해졌어.맥주 한 캔으로 나를 진정시키려 했단 말인가?'라고 되뇔 때즈음, 메세지가 왔다. 1시 22분.
사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다른 후배였다. 서로의 의사를 탐색하는 몇 번의 메세지질 끝에 그는 우리집 앞으로 와서 나를 태우고 자기네 집 앞에 가기로 했다. 기분 좋은 시간. 기분 좋은 만남. 집 앞에서 학부 때의 모습 그대로 반바지에 헐렁한 티, 운동화를 신고 있는 그를 봤다. 다만 옆에는 근사한 차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한훤도 잠시 우리는 그의 집앞에 주차를 하고, 근처의 이자까야라고 부르기에는 뭐하고 일식집도 아닌 말 그대로의 퓨전 술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옆 자리의 술취한 두 분의 아줌마는 술병을 떨어뜨려 깨고,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모르스 부호를 던지고 받았다. 캐치볼을 잘 못하는 어린애들 같았다. 자꾸 공을 떨어뜨린다. 이어지는 타박과 확인. 우리도 야구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야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 뭐 이런 이야기들.
학부 때, 같이 한문반을 했던, 후배 몇몇의 이름이 나오고, 궁금하지 않았지만, 궁금했다라는 표정을 짓고. 대학 교수가 된 후배와 친구 몇 몇의 이름. 차장이 된 친구와 후배의 이름 몇 몇. 시간은 교수와 차장으로 우리를 묶어놓았나, 보다. 철학이 필요한 사회, 자녀 교육. 맥주와 잘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 웃어야 할 때, 웃고. 들어야 할 때, 듣고. 먹어야 할 때, 먹고. 마셔야 할 때, 마셨다.
나에게 필요한 건 이런 거였나. 일상 속에서 필요한 또다른 '잊었던 일상'. 내 주변을 확인하는 일. 마치 6개월된 아들이 하루 종일 같은 집 안을 둘러보아도 마치 새로운 것을 본다는 듯한 얼굴을 하는 것처럼. 일상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나. 그 '맥주'의 파동은 일상으로 나를 이끌었나.
집에 돌아오는 택시가 이상하게 생겼다. 천장에는 거울이 달렸다. 그리고 방음쿠션이 차 전체를 덮었다. 그 거울을 한참 쳐다봤다. 이상하게 기사의 옆 룸 미러가 정확하게 내 얼굴을 향해있다. 뒷 좌석에 누어 거울을 바라보면서 기사에게 말했다. '이거 불법 아닌가요?' 기사가 얼굴을 돌렸다. '아시면서'. 기아 야구선수 김진우가 현신한 느낌. 일상에 젖는 것을 깨는 데에는 이만한 효과가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오천원을 내밀었다. 택시 요금은 4100원. 거스름 돈은 1000원. 에누리없는 장사는 없지.
집에 돌아오니 움직이는 라디오에서는 아침을 여는 상큼한 목소리의 아나운서들이 떠들고 있었다. 너는 하루를 열어라, 나는 하루를 닫을 테니. 일상에 젖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루를 이렇게 접었다가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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