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이 시기를 조금더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동화'의 생성 과정으로 설정하고
전래동화가 어떻게 배제되어 가면서 새로운 동화가 탄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지요.
그랬더니 동화라는 것의 유형 발생 과정이 걸리더군요.
서양인 학자들이 조선에 들어와서 조선의 '이야기'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동화적 번역 양태가 발생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양 학자들, 게일 헐버트, 언더우드, 알렌과 같은 사람들이
조선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이해하는가를 밝혀야 동화의
발생 과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쓴 글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아직 학계에 발표되지 않은 글들도 많이 찾아지더군요. 관심이 있으니.
2년동안 꼬박 읽었죠.
동화는 간 데 없고, 오롯이 서양 학자들의 조선문학관만 남았습니다.
이 시기의 서양 학자들은 선교사이기도 하고, 의학 전문가이기도 하면서, 문학 연구가이고, 지질학자이면서, 경제학자이기도 한,
무척 다층적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번역서로 받아들이는 어떤 이미지 이외에 이들은 수많은 층들을 형성하면서,
총체적으로 구성된 시각으로 조선을 일제강점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이 고스란히 겹칩니다.
어떤 이들은 일제의 시대가 문명의 시대라고 믿고 있기도 하고,
미국과 같은 문명국이 아닌 미개한 일본이 다른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하기도 한, 그때의 그 상황이 지금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오래된 미래라는 것을 다시금 체현하게 되는 요즘이어서,
씁쓸한 전철을 다시 밟고 있는 것 같아서,

주저리 주저리 적어봤습니다.
간만에 들어와서 뻘글을 적립하는군요.

눈이 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눈을 눈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