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스티븐 스필버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작가론을 준비하며 이 두 감독들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그 중 스필버그가 27세에 만든 <죠스>를 보면 탐복할 만한 장면들이 있어서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난 번의 <죠스>에 대한 글과 같이 읽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글은 여기에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 http://www.baseballpark.kr/bbs/board.php?bo_table=bullpen3&wr_id=164748&sca=&sfl=mb_id%2C1&stx=thx1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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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에 프랑스 과학자로 출연했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의 스필버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스필버그에게는 아주 놀라운 재능이 하나 있다. 그것은 평범한 것을 특이한 것으로 바꾸는 재주를 말한다. 평범한 일상적인 것을 촬영하면서도 거기에 환상적인 것을 살짝 끼워넣고, 환상적인 것 속에서 일상적인 장면을 절묘하게 배치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는 장면의 분위기 전환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것입니다.

즐거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따뜻하고 사랑스런 분위기에 긴박감을 더하게 하는 그의 스타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번 째 씬은 어부들이 현상금 붙은 상어를 잡아오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기뻐하는 장면입니다. 이 때 갑자기 상어 박사 맷 후퍼(리차드 드레이푸스)가 나타나서 상어의 아가리를 자로 재고 이 상어는 사람을 습격한 상어가 아니라고 브로디 경찰 서장(로이 샤이더)에게 알려줍니다. 후퍼 박사는 상어를 해부해서 시신의 일부가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합니다. 브로디는 난감해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 곳의 시장이 중간에 끼어듭니다. 시장은 휴양지인 이 곳이 식인 상어 때문에 폐장할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아무 상어라도 식인상어라고 해버리고 빨리 안좋은 소문을 덮어버릴려고 하지요(위의 사진에서 왼쪽이 경찰 서장, 가운데가 시장, 오른 쪽은 상어 박사). 

이때 세 사람의 위치를 잘 보십시오. 서장이 중재를 하러 오자, 브로디 서장은 시장의 등 뒤로 가지요. 평형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우물쭈물하면서 결단력이 없는 그는 서장과 같은 편인 것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약간의 위치 변화로 세 사람 사이의 힘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지요.



이런 분위기를 다시 바꾸는게 죽은 아이의 엄마가 출연하는 장면입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아이 엄마가 나타나서 다짜고짜 브로디 서장의 뺨을 칩니다. '여자가 상어에 물려 죽었는데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내 아들마저 죽었다'라는 것이지요. 브로디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이 엄마가 떠난 뒤의 세 사람의 표정을 보십시오. 앞에까지 2:1의 구조가 이제 세 사람 모두 오른 쪽 귀퉁이를 차지하면서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죠. 이 숏에서 만약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위치에 있었다면 시각적 표현력이 상실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브로디 서장은 쓸쓸한 등을 보이며 물러납니다. 그 다음 숏이 후퍼 박사의 모습입니다. 즉 브로디 서장의 모습은 후퍼 박사의 시점 숏인 것입니다. 서장에게 연민을 보이면서 이 씬은 끝이 납니다. 이제 정말 중요한 두 번째 씬을 보겠습니다.





두번 째 씬은 브로디의 집에서 시작합니다. 낮의 충격으로 말없이 고민에 빠진 브로디를 아들이 따라하는 장면입니다. 아빠의 동작 하나하나를 똑같이 따라하는 아들의 모습은 참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입니다.



남편과 아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브로디 서장 부인의 모습이 보이고, 그 다음 장면에 브로디는 아들에게 뺨에 키스를 해달라고 합니다.
왜 이 장면을 넣었는지는 아실 겁니다. 죽은 아이와 그 엄마에 대해, 브로디는 부모로서의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아빠 따라하기라는 장면을 두번 째 씬의 처음에 넣었습니다. 첫번 째 씬의 끝과 두 번째 씬의 시작은 분위기가 확 다르면서도, 자식이라는 공통 부분에서 씬이 연결되게 배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기 방으로 간 사이에 후퍼 박사가 찾아옵니다.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첫번 째 씬의 끝을 후퍼가 브로디이게 연민을 느끼는 장면으로 끝났기에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도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후퍼 박사는 포도주 병을 두개 들고 나타났습니다. 어떤 포도주를 좋아하는지를 몰라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둘 다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 넉살이 장난아닙니다. 브로디가 입도 되지 않은(것으로 여겨지는) 음식을 자기 쪽으로 끌고 와서 먹기 시작합니다. 브로디 서장과 부인은 후퍼의 입담에 킬킬거리면서 좋아합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랑 또 다른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후퍼 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브로디는 포도주 한병을 잡고 따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퀴즈! 브로디는 어떤 포도주를 딸까요?



지금까지의 좋았던 분위기가 후퍼 박사의 말 한마디로 바뀝니다. "오늘 잡은 상어는 식인 상어가 아닙니다". 이때 그의 동작을 보십시오 벗었던 안경을 다시 씁니다. 뭔가 명확한 것을 발견했다는 의미지요. 동시에 (하필이면) 이 상황에서 브로디 서장이 포도주를 따릅니다. 포도주는 레드 와인, 붉은 피를 생각나게 레드와인입니다. 두 개의 씬 사이에 몇번의 분위기가 바뀌었는지 그 분위기를 바꾸게 만든 것이 어떤 장치들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스필버그의 뛰어남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용어로 위와 같은 표현 기법을 '셔레이드'라고 합니다. 단어가 중요한게 아니니 몰라도 됩니다만, 이렇게 간접 묘사로의 정곡을 찌르게 하는 표현 방법이지요. 영화가 시각 예술이기에 위와 같은 표현이 가지는 묘미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