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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강한 신념과 확신을 줄수있었던 것은 결국 이념때문입니다. 

19세기에 돈도 조직도 없이 영국에 은거해있는 한 망명객이 20세기에 세계를 뒤흔든 사상가가 될수있었던 것도 결국은 탁월한 진보이념의 힘때문이죠. 

따라서 진보세력은 이 이념의 문제에 늘 천착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이념이 없이는 어떠한 올바른 전망도 또 그에 따른 실천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진보라는 말자체가 당장의 현실에 만족한다기보다는 그것의 변혁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현재와 미래시점의 시간차를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이념은 불가피한 것이죠. 

이때문에 세계적으로 봐도 성공한 진보좌파세력은 탁월한 이념을 보유한 세력과 지도자에의해 조직화된 케이스가 많습니다. 

독일,러시아,스웨덴,중국, 베트남등등...물론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실패요 시대착오인 평가를 받는 부분들도 있지만 당시의 시점 당시의 조건들을

돌이켜볼때 그들이 가진 당면한 현실에 대한 여러 대안들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선택지로서 작용했다는점을 부정할수는 없겠죠. 

그런데 한국의 진보세력에게는 이 강력하고 탁월한 이념이나 사상이란게 불행하게도 없습니다. 

한국 진보진영의 다수파라는 엔엘세력에게 사상은 해방전의 반제국주의운동으로서의 현실인식인 식민지반봉건론에 머물러있을 뿐입니다. 

여기에 많은 다른 세력들이 비판을 해왔지만 엔엘의 포섭대상이었던 다수의 일반학생 노동자들에게는 알아먹기 힘든 말들의 향연이었을 뿐이었고

가까이에는 감성적인 구호로 접근하는 엔엘성향진보세력들이 있었을 따름이었죠. 

이때문에 엔엘에게는 사상이나 이념의 완성도나 올바름등은 부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학우대중들을 설득하기 위해 복잡한 사구체논쟁을 공부할 필요도 또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찾기위해 어려운 책들을 학습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죠. 보다 쉽게 다가갈수있는 간단한 구호몇개만으로도 충분했고 또 북쪽에 있는 체제자체만으로도 사상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것으로 생각할수있었던 것도 컸죠. 지금은 전향한 주사파의 대부였던 김영환의 고백을 읽어보면 자신이 만든 주사파논리가 자신의 상상이상으로 쉽게 전파되었고 이로인해 많은 수의 학생회를 엔엘정파의 것으로 만들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쉽고 이해하기 쉬워서 그만큼 파급력이 있었다는 거죠. 북의 주체사상이란게...

여기서부터  한국진보세력의 불행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80년대 NL과 PD의 논쟁이 있었을때 이를 이념적 사상적으로 철저히 심화시키지 못한 책임말이죠. 

이게 불가능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일차적으로는 엔엘정파의 책임이라고 봐야합니다.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애초부터 엔엘정파에게 사상의 문제는 핵심적이었다기보다는 부차적이었을 뿐이었기에  방기가 가능했던 조건. 이걸 적극 활용한 것이죠. 

PD계열도 이념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사상은 맑스레닌주의라고는 하지만 상당부분 구소련에 의해 화석화된 경제결정론에서 크게 벋어나지 못했죠. 구사회주의국가의 붕괴가 있기전에는 엔엘이 북체제를 통해 정당성을 확인받으려 했던 것처럼 PD들도 구사회주의체제에서 이념적 정당성을 찾으려했던 면이 있었죠. 한국이라는 현실과 조건에 기반한 사상이라기보다는 대안적 사회로 보였던 사회주의권국가의 교과서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것이죠. 그런데 잘 알다시피 구사회주의국가가 멸망하고 난뒤 상당수의 PD계열 운동권들은 멘붕을 겪고 진보세력 판자체를 떠나거나 이념적으로 전향하거나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분이 진중권인데 이분이 한창때는 구소련의 책들을 탐독했다고 들었습니다.)   구소련의 교과서에 기반한다기보다는 이에 비판적이었던 서구맑스주의western marxism에 기반했던 일부 PD세력들..그리고 민노당등의 진보정당운동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기존에 노동운동현장에서 일했던 PD계열 사람들 등등만 소수 남아있게되면서 명맥을 겨우 이어갈수있었을 뿐이었죠. 

이런 관점에서보면 엔엘의 가장큰 내부적 비판자라고할 PD계열 사람들도 '게을렀다'는 측면에서는 엔엘과 크게 다르지않았다고 할수있게 됩니다.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진보세력이 다시 올바르게 제자리를 찾으려면 이 사상투쟁, 이념논쟁의 수준을 강화해야한다고 봅니다. 진보정당의 당원수를 늘리는 활동이나 돈문제를 해결하는 문제가 우선이라기보다는요. 

올바른 이념과 사상을 도출해내고 또 그에 기반한 실천을 하는건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요 머리수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서로간의 토론과 논쟁에 있어서  비판적으로 열린 자세를 가지기만 하면 된다고 봅니다. 어떤 외부적 권위에 의존하는 태도 없이 순전히 사상이나 이념 그자체만으로 승부를 봐야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서로간에 맞다고 생각되는 생각들을 채택하고 그에 따른 실천들을 해나가면 된다고 봅니다. 

이런 자세가 한국의 진보세력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