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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김기덕의 열 여덟번째 영화 <피에타>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영화 친구들의 반응에는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카톡과 문자 메시지로 들어오는 반응은 '불편하다', '내 취향은 아니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건 이번 뿐만 아니라 김기덕 영화 전편에 걸친 한결같은 반응들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한번 씩 내가 영화를 잘못 보고 있는게 아닌가 회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그 영화에 딱지를 붙인게 아닌가라는 거죠. 돌이켜보면 다루는 주제가 올바르다는 이유 때문에 형식적으로 별 것도 아닌 영화를 높이 평가한 적도 있습니다. 그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냥 내 정서랑 맞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 폄하한 영화도 있었습니다.

김기덕 영화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불편함'의 원인은 내 의식에 주입된 어떤 관습과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김기덕의 영화 <섬>에서 주연을 맡은 서정씨에게 '김기덕 영화의 여성관에 대해 불편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여배우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을 여주인공에게 투사시킨다. 왜 그 여주인공이 김기덕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등장인물을 남성/여성으로 나누어 버리고 그것을 착취/피착취로 설명해버리면 그 틀에 걸러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방식의 질문이 필요합니다. 김기덕 영화에서 남자는 혹시 그의 아버지(수퍼에고)가 아닌지, 여자는 또 다른 자아가 아닌지.. 그가 카메라에서 여성을 담을 때 카메라의 시선이 포르노적 시선인지/아픔을 바라보는 것인지..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가장 습지에서 이루어지는 또 다른 권력관계가 아닌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불편한 것은 우리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김기덕은 초등학교 교육을 마친 후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삶을 배웠습니다. 그는 개념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시선은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김기덕을 바라보면 비웃음과 조롱, 계몽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낮은 학력에 공장 노동자 출신, 정규 코스를 밟지 않은 예술가..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그는 야생의 존재입니다.

김기덕은 한국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은 야생의 아이입니다. 김기덕의 불편함을 직시한다는 것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모습을 정면으로 주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김기덕의 영화는 계속 우리에게 질문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