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사람들이 의외로 하지 않는 것들..
- 작성일
- 12-09-10 23:44
같이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항상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심각하게 영화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즐기시는 분들은 1, 2번 정도만 참조하세요.
1. DVD나 컴퓨터로 영화를 볼 때 화면 종횡비 반드시 확인하세요.
-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종횡비는 가로대 세로 비율이 1.85대 1이 많습니다. 2.35:1의 와이드 스크린 화면도 종종 쓰입니다. 예전 흑백영화에는 1.35대 1(흔히 4대 3화면이라는 옛날 TV화면 비율)을 많이 썼습니다. 화면의 종횡비는DVD 재킷이나 IMDB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2.35대 1 화면의 영화를 1.85대 1이나 4:3 화면으로 보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사라집니다.
이것은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미학적인 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은 2.35:1의 시네마스코프 화면입니다. 제임스 딘이 한쪽에서 걸어나와 반대 쪽으로 뚜벅뚜벅 걸을 때 그 걸음걸이가 그렇게 멋져 보이는 이유는 화면 비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간이 엄청 연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죠.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는 2.35 : 1의 화면일 때 그렇게 멋져보입니다. 봉준호는 <마더>에서 김혜자의 얼굴을, 그리고 살인이 일어나는 골목을 2.35대 1로 찍었습니다. 그 때 그 얼굴은, 골목은 묘한 느낌을 줍니다.
올해 개봉된 <폭풍의 언덕>은 1.33 : 1의 화면이었습니다. 이 말은 감독은 풍경보다 주인공의 심리를 담고 싶다는 것입니다.
영화 감독이 보여주려는 화면의 원래 크기를 고려해서 영화를 감상하십시오. 조금 숙련이 되면 영화관에 가서도 화면 사이즈를 바로 맞추실 겁니다.
마우스 우 클릭의 한번의 수고를 하시면 됩니다.
2. 영화관에는 일찍 들어오십시오.
- 저랑 영화 공부를 같이 하시는 여성분이 있는데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영화를 보십니다. 정말 존경의 마음마저 듭니다. 그런데 이 분의 버릇은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이 지나고 들어오는 겁니다. 늘 그렇습니다. 영화는 오프닝씬이 중요합니다. 시작 10분만 봐도 이 영화가 제대로 굴러갈지 멈출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인상적 오프닝은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이었습니다.
이 영화 처음 10분이 바람 속을 뚫고 마부가 마차를 몰고 갑니다. 놀랍게도 카메라는 달리는 마차 속도에 맞추어 위 아래로 패닝을 합니다.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질 때, 저는 이 영화는 이 장면만 봐도 본전을 뽑았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감독은 라스트 씬에 힘을 주듯이 오프닝 씬에도 정성을 다합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감독은 약속을 합니다. 이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를 미리 보여주지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의 도입부를 보십시오. 감독이 여러분에게 게임의 규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카메라의 위치를 생각해보세요.
- 카메라는 눈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특정 장면에서 카메라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포르노 영화에서 카메라의 시선과 일반 영화에서 카메라 시선을 비교해보십시오. 80년대 후반에 나온 영화 중에 <매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매매를 고발한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카메라는 여주인공의 몸을 포르노그라피처럼 훓어내립니다. 매춘행위를 고발해야할 카메라가 고발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스필버그의 영화의 카메라의 높이를 보십시오. <이티>의 초반부 카메라의 시선은 이티의 시선이자 아이들의 시선입니다. 영화 <이티>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그 영화를 보는 동안은 동심에 젖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4. 영화의 편집을 생각하면서 보세요.
- 많은 사람들이 '저 영화 편집이 좋아'라고 하는 영화들을 보면 교차편집을 남발한 영화들이거나 디졸브로 장면 전환이 많은 영화들입니다. 편집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눈에 띄지 않는 편집(불가시적 편집)으로 잘 재단된 영화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볼 때 숏이 넘어가고 다음 숏이 붙을 때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붙는가를 생각하면서 보세요. 씬과 씬의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화면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인과관계를 따져보십시오(그런 인과관계가 안맞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앙달루시아의 개>가 그런 영화입니다. 못만든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거죠)
올해 개봉된 영화 중 로만 폴란스키의 <대학살의 신>은 불과 3개의 씬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앞과 뒤는 공원 씬이고 중간은 전부 실내 씬입니다. 공원씬에서 실내 씬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실내 씬에서 공원 씬으로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한번 유심히 보십시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키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5. 사운드를 생각하시면서 영화를 보십시오.
- 영화에는 영화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면 안에서 나는 소리, 화면 밖(프레임 밖)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그 영화적 상황과 무관한 영화 음악, 상황을 설명하는 나레이션.. 영화에서 사운드는 엄청 중요합니다. 심지어 사운드는 무성영화에서도 중요합니다. 칼 드레이어의 <잔 다르크의 수난>은 분명 무성영화입니다. 그런데 마치 유성영화처럼 찍었습니다. 올해 개봉된 테렌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나레이션을 지워놓고 그 화면을 다시 보십시오. 그 때 그 각각의 숏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나레이션이 들어감으로서 종교적인 신성함으로 그 각각의 숏을 다 통합시켜 버립니다. 사운드의 마술이 영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아시면, 영화가 새롭게 들어올 것입니다.
6. 영화를 보고 메모를 하고 생각을 나누세요.
-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영화를 보면 항상 그 머리는 식어 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큽니다. 그것을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우리의 언어가 부족합니다.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의 그물로 낚아올린 것들을 보십시오. 영화를 통해서 여러분의 삶이 훨씬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쓰고, 많이 토론을 하시길 바랍니다.
1. DVD나 컴퓨터로 영화를 볼 때 화면 종횡비 반드시 확인하세요.
-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종횡비는 가로대 세로 비율이 1.85대 1이 많습니다. 2.35:1의 와이드 스크린 화면도 종종 쓰입니다. 예전 흑백영화에는 1.35대 1(흔히 4대 3화면이라는 옛날 TV화면 비율)을 많이 썼습니다. 화면의 종횡비는DVD 재킷이나 IMDB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2.35대 1 화면의 영화를 1.85대 1이나 4:3 화면으로 보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사라집니다.
이것은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미학적인 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은 2.35:1의 시네마스코프 화면입니다. 제임스 딘이 한쪽에서 걸어나와 반대 쪽으로 뚜벅뚜벅 걸을 때 그 걸음걸이가 그렇게 멋져 보이는 이유는 화면 비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간이 엄청 연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죠.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는 2.35 : 1의 화면일 때 그렇게 멋져보입니다. 봉준호는 <마더>에서 김혜자의 얼굴을, 그리고 살인이 일어나는 골목을 2.35대 1로 찍었습니다. 그 때 그 얼굴은, 골목은 묘한 느낌을 줍니다.
올해 개봉된 <폭풍의 언덕>은 1.33 : 1의 화면이었습니다. 이 말은 감독은 풍경보다 주인공의 심리를 담고 싶다는 것입니다.
영화 감독이 보여주려는 화면의 원래 크기를 고려해서 영화를 감상하십시오. 조금 숙련이 되면 영화관에 가서도 화면 사이즈를 바로 맞추실 겁니다.
마우스 우 클릭의 한번의 수고를 하시면 됩니다.
2. 영화관에는 일찍 들어오십시오.
- 저랑 영화 공부를 같이 하시는 여성분이 있는데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영화를 보십니다. 정말 존경의 마음마저 듭니다. 그런데 이 분의 버릇은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이 지나고 들어오는 겁니다. 늘 그렇습니다. 영화는 오프닝씬이 중요합니다. 시작 10분만 봐도 이 영화가 제대로 굴러갈지 멈출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인상적 오프닝은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이었습니다.
이 영화 처음 10분이 바람 속을 뚫고 마부가 마차를 몰고 갑니다. 놀랍게도 카메라는 달리는 마차 속도에 맞추어 위 아래로 패닝을 합니다.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질 때, 저는 이 영화는 이 장면만 봐도 본전을 뽑았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감독은 라스트 씬에 힘을 주듯이 오프닝 씬에도 정성을 다합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감독은 약속을 합니다. 이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를 미리 보여주지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의 도입부를 보십시오. 감독이 여러분에게 게임의 규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카메라의 위치를 생각해보세요.
- 카메라는 눈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특정 장면에서 카메라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포르노 영화에서 카메라의 시선과 일반 영화에서 카메라 시선을 비교해보십시오. 80년대 후반에 나온 영화 중에 <매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매매를 고발한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카메라는 여주인공의 몸을 포르노그라피처럼 훓어내립니다. 매춘행위를 고발해야할 카메라가 고발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스필버그의 영화의 카메라의 높이를 보십시오. <이티>의 초반부 카메라의 시선은 이티의 시선이자 아이들의 시선입니다. 영화 <이티>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그 영화를 보는 동안은 동심에 젖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4. 영화의 편집을 생각하면서 보세요.
- 많은 사람들이 '저 영화 편집이 좋아'라고 하는 영화들을 보면 교차편집을 남발한 영화들이거나 디졸브로 장면 전환이 많은 영화들입니다. 편집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눈에 띄지 않는 편집(불가시적 편집)으로 잘 재단된 영화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볼 때 숏이 넘어가고 다음 숏이 붙을 때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붙는가를 생각하면서 보세요. 씬과 씬의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화면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인과관계를 따져보십시오(그런 인과관계가 안맞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앙달루시아의 개>가 그런 영화입니다. 못만든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거죠)
올해 개봉된 영화 중 로만 폴란스키의 <대학살의 신>은 불과 3개의 씬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앞과 뒤는 공원 씬이고 중간은 전부 실내 씬입니다. 공원씬에서 실내 씬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실내 씬에서 공원 씬으로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한번 유심히 보십시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키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5. 사운드를 생각하시면서 영화를 보십시오.
- 영화에는 영화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면 안에서 나는 소리, 화면 밖(프레임 밖)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그 영화적 상황과 무관한 영화 음악, 상황을 설명하는 나레이션.. 영화에서 사운드는 엄청 중요합니다. 심지어 사운드는 무성영화에서도 중요합니다. 칼 드레이어의 <잔 다르크의 수난>은 분명 무성영화입니다. 그런데 마치 유성영화처럼 찍었습니다. 올해 개봉된 테렌스 멜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나레이션을 지워놓고 그 화면을 다시 보십시오. 그 때 그 각각의 숏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나레이션이 들어감으로서 종교적인 신성함으로 그 각각의 숏을 다 통합시켜 버립니다. 사운드의 마술이 영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아시면, 영화가 새롭게 들어올 것입니다.
6. 영화를 보고 메모를 하고 생각을 나누세요.
-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영화를 보면 항상 그 머리는 식어 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큽니다. 그것을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우리의 언어가 부족합니다.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의 그물로 낚아올린 것들을 보십시오. 영화를 통해서 여러분의 삶이 훨씬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쓰고, 많이 토론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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