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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젊은 비평가상(PREMIO AGISCUOLA LEONCINO D'ORO')’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본상은 아니구요.

페막식 직전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빈집>으로 이 상을 받고 8년만에 다시 수상했네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언급을 안하는데 이 상을 받으면 본상을 잘 안줍니다.

쿠로사와 아키라가 <라쇼몽>으로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을 때, 말이 많았습니다. 아키라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나 미조구치 겐지 감독보다 한 수 아래의 감독으로 취급되었거던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라쇼몽>이 아시아 영화로서 처음 서방세계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이제 돌이켜 생각하면 아시아 영화에 대한 헛된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은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그 질문을 받은 아키라는 느리게 대답했습니다. "난 그 상을 갑자기 받았어요. 이상하지요? 상은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상과 관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나에게는 그 상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상은 영화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영화를 만들면서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 격려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을 한 사람이 바로 정성일 영화평론가이고, 1989년 동경 영화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질문을 하고 무척 후회했으며, 자신이 아키라 감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었다고 합니다. 영화제의 상은 영화 동네 사람들에게 주는 격려인 것입니다.

오늘 새벽을 넘어야 본상 수상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베니스 영화제의 수상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그 동안 노고에 대한 격려라는 차원이라면 수상을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