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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기덕의 <피에타>를 봤습니다. 영화는 '김기덕 월드'에 나오는 많은 요소들이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직접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인과응보의 구조하에 <빈집>에서 찾아다니는 집들이 청계천 상가로 나타나고 <아리랑>에서 악다구니가 구체화된 이야기로 나타납니다.

김기덕의 <피에타>의 중요성은 황금사자상의 수상에 있다기 보다는, MB 정권하의 자본의 풍경을 여실히 보여주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개봉된 임상수의 <돈의 맛>이 대한민국 상류 10%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라면, <피에타>는 천민 자본주의 맨 아래층의 광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 것은 내러티브 보다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카메라가 계속 응시하는 공간은 금속부품 가게가 즐비한 청계천입니다.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가 인공 계천이 되어버린 청계천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줬다면, 김기덕의 카메라는 차가운 기계 부품이 널부러진 가게들을 휘젖고 다닙니다. 어린 시절 그곳에서 공장 생활을 한 김기덕은 머리로 개념화된 공간이 아니라 경험으로 각인된 청계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산업화로 인해 경제성장은 했지만,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우리의 모습을 빼닮은 공간입니다.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공간은, 이강도와 '엄마'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나타나는 강변의 풍경입니다(이강도가 엄마를 만나고 난 뒤의 동선은 자연을 대표하는 강으로 확장됩니다). <피에타>에서 카메라는 이 강변 풍경을 물끄러미 보여줍니다, 휠체어를 탄 스님이 강변을 바라보고자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 때, 엄마의 부탁으로 강가에 나무를 심을 때, 혹은 빈 건물 위로 보여지는 강변의 모습은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 강변은 곧 철거해서 사라질 청계천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청계천과 강은 MB의 토목 사업의 결과물이며, 그것은 자본의 횡포가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MB 정권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망각되어지는 것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은 탯줄과 낙태의 이미지입니다. 이강도는 '엄마'의 아랫도리를 가르키며 말합니다. '내가 나온 것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산업성장의 발판이 된 고속도로의 모습을 라스트 씬으로 잡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영화를 본 느낌은 각자 다 다르겠지만, 저의 소감을 간단히 말한다면.. 저는 산업화 과정에서 사산된 낙원에 대한 모습을 이렇게 잘 표현한 영화를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