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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저 역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모두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불편해서라기 보다 미술을 한 분이시라 영화에 회화적인 특징이 강조되어 시네마틱한 것이 회화적인 것으로 대체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지나친 생략과 비약, 너무 뻔한 은유가 있는 것도 솔직히 거슬립니다. 남들은 다 좋다하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도 제게는 셀프 오리엔탈리즘적인 느낌도 있어 보여서 별로더군요. 김기덕 감독이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니깐 두 가지 극단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하나는 그 동안 김기덕 영화 욕했던 평론가들의 의견을 일일이 찾아내어서 욕하는 겁니다. '세계가 인정했는데 변방의 평론가 주제에 뭘 안다고??' 이런 반응들입니다. 이런 반응 참 어이가 없죠.

한 영화에 대한 반응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저평가 되었던 영화가 다시 재평가 되기도 하고 고평가 되던 영화가 흐지부지하게 잊혀지기도 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영화가 <나쁜 남자>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에 대한 페미니즘 진영의 반론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여대생을 창녀로 전락시키는 스토리로만 보면 마초적인 이 영화에 대해 여성계에서 아무런 반론이 없었다면, 이 사회가 이상한게 아닐까요? 다만, 그 논쟁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심영섭 평론가가 김기덕 감독에 대해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 운운하며 자신이 정신분석을 전공한 것을 들어 감독의 집안 환경을 언급한 것입니다. 나아가도 너무 나아간 것이죠.

영화나 문학, 예술 작품을 분석할 때 , 정신분석학적 비판을 종종하는 것은 그 텍스트가 다루고 있는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한 작가를 정신분석의 대상으로 삼다보면 작가를 정신증 환자로 취급하고 그것을 그가 가지고 있는 불우한 환경과 연관시키기 쉽상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무튼 한국의 영화평론계도 김기덕의 작가 세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있고, 거기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이것은 홍상수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을 받았다고 여태 지지 안하던 분들이 갑자기 돌아서서 껴안고 그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자신이 사회와 예술을 바라보는 틀 안에서 평가를 하지요. 페미니즘 진영 안에서도 김기덕 감독에 대한 평이 또 나누어지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반응, '해외 영화제에서 상 받으면 모두 좋은 영화인가? 내가 좋아야지 좋은 영화지..' 이런 반응이 있는데요. 이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 다시 말하면 예술이면서 산업의 산물이라는 점이 가지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상업영화도 보고 소위 말하는 아트 영화(그런게 있는지도 의문스럽지만)도 즐겨 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뭐하죠. 이런 예가 있습니다.

영화과 학생들이 종종 겪는 오류지요. 영화를 공부하고 싶은데 빠른 시간에 세계 영화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어서 <세계 영화사>에 나와 있는 영화들을 모두 봐야지 하면서 무조건 걸작들을 보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방식이 영화를 공부하는 최악의 방식입니다. 예술영화는 오락영화와 함께 봐야 합니다. 좋은 영화는 나쁜 영화와 함께 봐야합니다. 그래야 영화의 효용과 어떤 영화가 더 가치가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영화를 소모하는 방식은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나는 영화를 보고 웃고 싶은데, 타르코프스키의 <거울>를 봤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건 정말 입에서 욕이 메들리로 나올 겁니다. 역으로 어떤 분들은 영화라는 것이 다른 매체와 달리 어떻게 인간의 삶을 영화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그리는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헐리우드 오락 영화는 구미가 안 맞는게 뻔합니다.

우리가 영화라고 말하는 대상은 하나를 지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에는 사운드의 유무에 따라 무성/유성, 색의 유무에 따라 흑백/ 컬러. 각각의 장르가 있고, 아이맥스, 3D와 같은 첨단의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까요?

그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내가 이해 못하면 무가치하고 쓰레기라고 재단하지 맙시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많은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십니까? 어려운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요? 그것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에 대해 찾아보고 물어보고 그러지 않나요? 영화도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번쯤 그런 영화에 관심가져 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번에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지도 않던 기자들이 눈꼴 사납게 떠들어 댑니다. 눈꼴 사나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봅시다. 우리 나라에 영화가 들어와 김도산이 <의리적 구투>를 1919년에 만들고 난 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최초의 영화입니다. 저는 눈물이 나더군요. 이것은 김기덕 감독과 그의 영화 <피에타>에 주는 상만이 아닙니다. 한국 영화 100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우리 영화인들에 주는 박수와 격려입니다.

김기덕 감독, 홍상수 감독, 이창동 감독.. 이들 감독들이 어렵게 어렵게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아실 겁니다. 제작비 지원이 없어서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서 만들기도 하지요.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고해서 나아질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떻게보면 이들 영화들을 지키는 것은 외국영화제에서 수상이 아니라 관객들의 관심입니다.

그런데 상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천박하게 이야기 하면 금메달을 따넸요. 가서 한번 봐줍시다. 격려하고 칭찬하고 내가 이해 못하면 옆에 사람과 토론도 하고 그럽시다. 냉정한 시선이 아니라 따뜻한 발걸음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너무 글이 길어져서 지저분해진 것 같네요. 좋은 주말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