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안녕하세요.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입니다.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야구는 기록만 보고도 그날 경기의 흐름과 결과를 알고, 앞으로의 판도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록으로 한 선수의 야구사를 평가할 수 있으며, 과거와 지금 그리고 미래의 야구를 통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야구가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로 구성된 ‘기록의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기록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야구계가 외면했던 대한민국 야구 기록사를 정리해보자는 게 기본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서, 애초 의도와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던 한 개인 기록사이트가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차후에 꼭 한 번 이야기를 정리해 말씀드릴 날이 올 테지만, 중요한 건 ‘벌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록사이트가 사라지고, 가뜩이나 기록에 목말랐던 많은 야구팬의 갈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그 사이트를 활용해 다양한 기록 기사를 쓰던 언론 종사자 여러분께서도 다른 대안 사이트를 찾지 못해 상당한 애로를 겪었습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많은 이의 갈증을 풀어주려던 한 선량한 기록 사이트 운영자의 꿈도 멈추고 말았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일이 벌어지고, 제 나름대로 대중이 볼 수 있는 기록사이트를 열려고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야구 기록사이트를 대표하는 모 업체로부터 “대중 공개 사이트를 만들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는 전향적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가도, 세월이 흘러 2년이 지나도, 올해 3년째가 되도 성과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러 사정과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고민 끝에 전 제 손으로 기록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전의 폐를 갚고, 많은 이와 야구의 즐거움과 가치를 공유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과는 벌어진 일을 제대로 수습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결심을 구체화하고자 미국과 일본의 야구기록회사를 찾아가 그들이 어떻게 기록을 생산하고, 가공하며, 대중과 호흡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두 나라 기록회사를 찾은 뒤엔 한국 법조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합법적인 기록 취합과 산출의 길이 무엇인가’ 연구했습니다. 그리고서 저와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전 Dreamer(몽상가)에 불과했습니다. 꿈을 현실화하려면 Realizer(꿈을 실현해줄 사람)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제 뜻에 흔쾌히 동조해주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으며, 실제로 그 꿈을 현실로 만든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이 사이트의 운영진인 식구들입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기획자, 프로그래머와 칼럼니스트, 세이버매트리션 등으로 구성된 <KBR> 식구들이 없었다면 여러분께서 지금 보시는 무료 기록사이트는 현실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KBR>이 Realizer였다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중요한 Supporter(후원자)였습니다. 
선수협은 “팬들이 없다면 선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슬로건 아래 애초부터 팬들을 위한 무료 기록사이트를 만들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다 선수협의 선의와 KBR의 기술력이 조우해 이 사이트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본 사이트는 메이저리그의 기록사이트 <Baseball Reference>나 <Fangraphs>가 지향점입니다. 
그만큼 광범위하면서도 자세한 기록을 야구팬들께 서비스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KBR 기록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기록을 야구팬들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본 기록을 가공해 더 풍성한 가치를 형성해주신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기록 취합과 산출은 미국, 일본 야구기록 사이트처럼 합법적인 방식에 의거해 이뤄집니다. 
그리고 특별히 트레이닝된 전문 기록원들이 투구 하나하나와 타구 하나하나를 정밀 체크할 예정입니다.

본 사이트는 한국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후원자들의 후원금과 기업, 언론사,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운영될 것입니다. 영구적 운영과 합법적인 기록 산출 그리고 양질의 기록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정한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상식과 정의를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사이트 공개의 변을 쓰는 저는, 이 시간 이후 KBR 사이트의 운영과 경영에서 모두 무관한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기 전 이미 손을 뗐습니다.
다른 후원자들처럼 KBR 기록 사이트의 영속적인 발전을 위해 뒤에서 후원할 뿐입니다. 
신생 사이트인지라, 앞으로 실수와 오류를 범해 여러분께 불편을 드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한 진통이라 생각해주시고, 더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야구팬 여러분이야말로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기록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4월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