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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내 천직, 감옥은 내 안방"

[아시아투데이] 2011-06-20 4870자

1974년 박영복 사건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희대의 금융사기범 박영복
[아시아투데이=윤광원 기자] 지난 2005년 8월 인천공항세관은 3년여 간 총 677회에 걸쳐 2300억원 상당의 부정수출입을 하고, 미국으로 3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도피한 박영복(69) 외 5명을 관세법 위반혐의 등으로 검거, 검찰에 고발했다.

이 백발의 사기꾼 박영복(朴永復)은 한국의 50～60대라면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바로 1970년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부정사건의 주범인 것이다.


박영복은 1980～90년대 잇따랐던 초대형 금융사기의 원조, '사기범들의 대부'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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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년대 30대 초부터 시작된 그의 사기행각은 지난 1974년 박영복 사건으로 절정에 달했다. 또 형 집행정지 중이던 1982년 사기사건으로 재 구속, 잔여형기와 새로 선고받은 12년형까지 만 19년을 감옥에서 썩고 난 후, 2001년 백발의 노인으로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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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던가. 총 22년 간의 옥살이도 부족했었는지, 4년 만에 그는 또다시 철창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박영복은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해양대를 졸업하고, 해운공사에서 5년 간 선원생활을 했다.

이 시절부터 사교술로 유명했던 그는 마도로스 생활을 그만두고 무허가 벌목에 손을 대면서, 사기성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그 때 구류 29일을 산 것이 그의 범죄인생의 시작이었다.

그 후 1966년 중앙합동 전무로 경제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는데, 사실 이 회사는 관급공사 수주를 위해 만든 유령회사였다.

박 영복은 맨주먹으로 29억원 짜리 광주천 복개공사를 하청 받기 위해, 당시 전남도지사의 대학 동창생인 배일태를 감언이설로 끌어들였고, 친구를 통해 광주에 있는 토건업자인 김광필을 소개받는다. 김광필에게 돈을 대게 하고 사장 자리에 앉힌 것.


배일태는 중앙합동의 등기서류를 들고 친구인 도지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지사는 "김광필 사장은 소문난 부실업자로, 그에게는 도저히 공사를 맡길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배일태는 이사를 사임하고 손을 뗐다. 그럼에도 박영복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며 김광필에게 교제비 조로 돈을 뜯어냈다.

박영복은 1967년 3월 마포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구속됐지만, 곧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 후 그는 사채 10억 원을 끌어 모아, 이 은행 저 은행을 옮겨다녔다. 애인도 여럿 있었고, 술집 접대부들에게 손에 잡히는 대로 팁을 뿌리기도 했다. 집도 3채를 마련, 한 채는 아내와 자녀들이 쓰고 다른 한 채는 비밀서류를 보관하고, 나머지 1채는 애인에게 줬다고 한다.


1974년까지 그는 네 차례나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1970년 감금혐의, 1971년 및 1972년 모피 위장수출로 관세법 위반혐의, 1973년에는 사기혐의로 각각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1974년 사건에서 박영복이 사용한 수법은 우선 회사를 설립해 무역업자 자격을 갖춰 놓거나, 수출실적이 있는 기존 무역회사를 인수한다. 이렇게 만든 기업이 금록통상, 영창식품, 현대통상, 남도산업 등 18개나 됐다.

그리고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려 은행에 예금하고, 무역회사 사장임을 자처하면서 지점장들에게 거액의 예금을 유치해주고 신용을 얻은 후, 무역금융 및 기타 대출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대출도 소액이고 정상담보를 제공했으나, 점차 마각을 드러냈다.

그 는 등기소장을 했던 김용환과 공모해 부동산권리증을 위조, 허위 부동산 담보로 중소기업은행에서 1971년 10월부터 1972년 4월까지 6회에 걸쳐 거액을 융자받았고, 수출신용장(L/C)을 위조해 서울은행 상업은행 신탁은행 등 시중은행들로부터 무역금융 대출을 받았다.
신용장 위조는 통지은행과 융자은행 간 L/C 대사가 허술한 점을 이용했다.

홍콩의 수입상인 교포 김경평과 공모, 현지 중국연합은행에서 특수조건부 L/C를 개설하고, 통지은행인 외환은행에서 조건부를 삭제한 클린 L/C처럼 위조했다. 81건에 달하는 이 위조 L/C로 시중은행에서 수출금융을 받아냈다.


무 역금융이 수출불이행 등으로 제재를 받으면 새 회사를 신설해 다른 은행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접근했는데, 신설기업의 대표자와 임원 등을 새로운 사람으로 임명하고, 수출불이행 제재조치나 다른 은행과의 거래상황을 전혀 알 수 없게 했다.


사기대출 금액은 총 74억 원.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이 사건으로 박영복과 김용환 등 사기범 일당은 물론, 정우창 전 기업은행장(뇌물수수 혐의)이 구속됐고, 심병식 전 서울은행장 및 두 은행 직원 여러 명이 옷을 벗었다.?

사건의 여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인 신민당은 이 사건의 배후에 권력자가 도사리고 있는, 권력형 금융부정사건이라고 주장했다.

1972 년 5월 8일 국회 재무위에서 신민당 이중재 의원은 "권력을 등에 업고 금융에 개입하는 것이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 문제를?척결해야 되겠다. 또 금융이 편중되고 따라서 금융질서가 문란하고 민주화가 못된 점을 쇄신해야 되겠다는 전제 아래, 이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며, 은행의 거액융자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이 사건의 배후 인물로 야당이 주목한 것은 박태룡 당시 중앙정보부 감찰과장 및 김보근 수사관이다. 박영록 의원의 주장을 들어보자.


" 이번 사건이야말로 검찰이 발표한 그런 정도의 금융부정사건이 아니다. 국가안보의 중책을 맡고 있는 정부 내 특수기관 간부가 정부 각 부처에 깊숙이 참여를 하고, 그 권력을 최대한도로 남용, 업자와 결탁해서 돈만 벌면 그만 이라고 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건국이래 여러 가지 부정사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대 정치권력형 금융부정사건이라고 본 위원은 본다.


이 사건은 공직을 가지고 그 뒤에서 조종하고 또 압력을 가하고, 그래서 김보근과 박태룡 이상의 특수기관 간부가 여기에 개재되어 있다는 심증을 굳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권력형 의혹사건이 늘 그렇듯이, 이 사건도 진상은 흐지부지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박영복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정우창 전 행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김용환은 징역 3년6개월이 각각 언도됐다.?

남 덕우 재무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이 사건의 문제점은 압력 및 청탁이 근절되지 못한 점, 사고보고의 지연, L/C의 진위판별 소홀, 수출금융제도 악용, 대출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미흡, 거래기관과 그에 관련된 업체의 신용조사 불철저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실제로 실행된 것은 은행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업무수당 인상이 고작이었다.

강진 후에는 여진이 있는 법이다. 8년 후인 1982년 2월, 감옥에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박영복이 또다시 은행에서 20억 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는 뉴스가 일간지 1면 톱을 장식했다.
이 때 박영복은 1978년 1월 간염 및 당뇨병에 따른 형 집행정지로 가석방돼, 서울대학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1980년 12월 말부터 1981년 10월까지 측근 명의로 부실기업을 인수하고 유령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은 유령회사인 아풍산업의 이영국 회장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박영복은 내연의 처인 이풍자 씨가 경영하던 술집의 종업원 김두찬을 아풍산업 대표로 앉히고, 친구 신상연과 자신의 운전사 조장년을 주로 하수인으로 활용, 범죄행각을 벌였다.


그는 유령회사들을 신용과 거래실적이 많은 정상기업인 것처럼 꾸미고,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했다.

또 부실한 담보를 제공하고 1980년 12월부터 1981년 7월 중순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성기언 신용보증기금 대구지점장으로부터 아풍산업 등 5개회사 명의로 신용보증서를 발급 받아, 대구투자금융 등 8개 금융사로부터 어음할인 등 총 2억1000만원의 부정대출을 받았다.
또 1981년 6월부터 10월 사이 서울은행 종로4가 지점 및 동대문지점에 6억 원의 사채예금을 유치해주고, 이영국 이라는 가명으로 5차에 걸쳐 6020만원을 부정 대출했다.


뿐만 아니라 1981년 10월에는 이헌두 씨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주면 은행대출을 받아 그 절반을 자기가 사용하는 대신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그가 받은 대출금 2억 원 중 1억 원을 가로챘다.

검찰은 1982년 2월 11일 박영복을 서울구치소에 재수감하고 이풍자, 성기언 지점장 등 관련자 7명도 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그가 선고받은 형량은 징역 12년이었지만, 형 집행정지 기간 중 재범한 것이므로 앞서 사건의 잔여형기를 함께 복역, 총 19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철창 속에서 21세기를 맞은 박영복은 2001년 11월 15일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그는 변하지 않았다.

인 천공항세관에 따르면 그는 국내에는 7개, 미국과 홍콩에 6개의 위장기업을 각각 설립하고 31개 업체를 다단계 식으로 포섭한 후, 성분 미상의 값싼 한약재 분말을 고가의 아가리쿠스버섯 분말로 위장하고, 가격도 ㎏당 50～70달러 짜리를 2300달러 이상으로 조작했으며, 미국 한국 홍콩 등 3국간에 물품을 단순 회전시키는 부정수출입을 주도했다.

또 실물거래 없이 수출입대금만 지불하는 불법자금거래를 하고, 이를 통해 미국에 빼돌린 300억원 중 100억원을 자금세탁, 다시 국내에 들여와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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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을 '죄와 벌/로만 탕진하고, 삶을 정리할 나이인 70세에 또 다시 감옥에 들어간 그를 보며, 도대체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