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 작성일
- 13-12-13 01:03
한국부인 A씨는 일제 강점기였던 1943년 늦가을 29세의 나이로 해외취업이라는
꿈을 안고 흥남을 떠나서 부산을 거쳐 다음해 오키나와(沖繩)에 도착했던 배봉기(裵奉奇)씨이다. 가난과 굶주림을 지병처럼 달고 살아
온 그에게 소개인은 ‘부자’가 되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취업을 유인했다. 소개인의 말에 의하면 배부른 식사뿐만 아니라
입만 벌리면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남국의 열매가 굴러 들어오는 그런 환경에서 쉽게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조선여성들에게 해외취업을 통해서‘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적 이미지는 당시 조선여성을 일본군 위안소로 연행하는 대표적인 사기수법의 하나로써 유용하게 쓰여졌다.
배봉기씨가 연행되어 간 위안소는 오키나와의 도카시키(渡嘉敷)에 있었다. 그는 위안소에 수용되는 순간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일본군에게 집단적이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한다. 약속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속았다는 울분과 불행의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몇 달을 보내고 있을 때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는 미군의 공격을 피해 도주하는 일본군을 따라서 산속으로 피신한다. 그 곳에서 굶주림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싸여 5개월 이상을 버티다가 미군에 투항하는 일본군에 섞여서 이시카와(石川) 미군포로 수용소로 넘어간다. 이시카와 수용소에서 몇 년인가를 살다 석방되었지만, 고향인 충남의 신례원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오키나와에 남게 된다. 그러나 마땅히 안주할 공간도 마음도 없었기에 그는 미군통치하의 오키나와 전역을 걷고 걸으며 막노동과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배봉기씨가 연행되어 간 위안소는 오키나와의 도카시키(渡嘉敷)에 있었다. 그는 위안소에 수용되는 순간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일본군에게 집단적이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한다. 약속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속았다는 울분과 불행의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몇 달을 보내고 있을 때 오키나와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는 미군의 공격을 피해 도주하는 일본군을 따라서 산속으로 피신한다. 그 곳에서 굶주림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싸여 5개월 이상을 버티다가 미군에 투항하는 일본군에 섞여서 이시카와(石川) 미군포로 수용소로 넘어간다. 이시카와 수용소에서 몇 년인가를 살다 석방되었지만, 고향인 충남의 신례원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오키나와에 남게 된다. 그러나 마땅히 안주할 공간도 마음도 없었기에 그는 미군통치하의 오키나와 전역을 걷고 걸으며 막노동과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 오키나와 거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봉기 증언 중 서문
인간은 모두 죽는다. 사람은 모두 죽기 때문에, 굉장히 근시안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에너지 문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만약 1만 년 정도를 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위험요소들을 보았다면 원자력 발전소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60년 지나면 죽을 것이다. 그러니 그분들은 몇 만 년 동안 고준위 폐기물을 관리하는 일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 그 일이 얼마나 힘겹고 위험요소가 많을지 걱정하지 않을 터이고, 사실 죽고 나서의 일이야 그분들이 책임질 필요도 없는 일 일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1만 년 정도 산다면 천 년 주기로 일어나는 엄청난 재해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터이고, 또 적어도 한 사람이 살아 있는 1만 년 동안의 처리 비용 및 관리 비용도 꼼꼼히 계산할테니 원전을 그리 함부로 짓지는 못할 것 같다. 인간은 일찍 죽기 때문에 무책임한 면이 있다. 인간 사회의 오래된 전통이 깨져 버린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인간이 꼭 근시안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보통 많은 동물들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유전자에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진 진화의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 후대에게 전수한다. 인간도 동물과 비슷하게 진화했지만, 지구적 관점에서 최근 인간은 유전자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적응 체제를 만들었다. 나는 그걸 '교육'이라고 본다.
동물도 어미가 새끼에게 이런 저런 행동 양식들을 교육하지만, 인간은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이며, 대규모로 교육을 한다. 한 세대가 경험한 것을 언어와 문자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으로 남기고, 이를 정리하고 분석하고 연구해 최선의 것이라 판단하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교육에 '최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교육을 벌써 수 천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나는 이러한 교육이 인간이 결코 단기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서로 경쟁하는 인간의 수많은 행동 양식과 규범들은 여러 세대를 거쳐 끊임없이 다듬어져 현 세대의 환경에 있어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받아들인 다음 교육으로 전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현 체제를 옹호하는 대단히 보수적인 생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이 생각이 교육의 원초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교육이 오랫동안 이어온 과거의 세대의 엄청난 경험에 우리 세대의 경험을 더해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적응 체계라고 본다. 교육은 인간의 삶의 유한함을 뛰어넘어 영속적인 종족의 번영을 꾀하는 대단히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배봉기 할머니의 사례를 나는 위안부,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전쟁 성노예가 단순히 어느 절망적이고 불쌍한 개인의 운 나쁜 과거만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는다. 제국주의와 전쟁이 얼마나 인류를 비참하게 만드는 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교육은 6억 명의 인간을 서로 살상하고, 그의 수배, 수십배의 사람들을 가난과 고통, 비인간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제국주의를 명백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사건들을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기술하고, 그보다 더 나가 한 개인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었던 사건을 마치 자발적이었던 것처럼 둔갑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진실을 감춘 뒤 고통 받은 세대 즉, 우리에게 교훈을 전해주는 세대가 모두 죽고 난 다음 우리는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상투적인 말이지만, 20세기 초중반의 광기의 역사는 우리 세대는 물론 후세에서도 다시는 겪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반드시 할머니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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