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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비판도 유일… “KBS·MBC 사태 타산지석 삼고 달라진 조직문화도 한 몫”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대선후보로 먼저 뽑힌 박근혜 후보에게 부탁드립니다. 선거운동 기간, 국민에게 미래를 얘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박 후보의 미래 비전이 설득력을 가지려면…빨리, 또 속시원하게 과거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일입니다”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반대진영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 SBS 8시뉴스의 현직 메인앵커의 클로징 멘트이다(지난 20일 방송).

SBS 뉴스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권 초 뿐 아니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로 인해 ‘탐욕스런 시방새’라는 비아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SBS가 이제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가장 현 권력에 쓴소리를 하는 방송으로 거듭나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위터 일부 이용자는 SBS를 “민족정론”이라는 표현까지 쓰기도 한다. SBS 내부에서는 잇단 파업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양대 공영방송 KBS·MBC가 공정방송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분위기와 함께 이제는 해보자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앵커 쓴소리 클로징·기자 정부비판 글=김성준 SBS <8뉴스> 앵커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와 인터뷰에서 “5·16에 대한 평가 다시 한번 직접 말씀해달라”고 질문했다. 이날 각각 KBS와 MBC 9시뉴스에서도 모두 박 후보와 인터뷰를 했지만 “축하드린다”(민경욱 KBS 앵커·권재홍 MBC 앵커)는 표현이 도드라졌을 뿐 박 후보의 아버지 시절에 대한 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성준 앵커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확산된 한일양국의 갈등에 대해서도 지난 16일 클로징에서 “축구 경기에서도 강공이 성공하려면 역습에 대비할 든든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근 청와대의 대일 강공책은 역습을 막을 준비가 돼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5일 클로징엔 일본 우익에 대해 “기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은 겁 많은 깡패들 아니면 위기에 몰린 권력의 하수인”이라고 질타했다. 김 앵커는 13일엔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에 대해 “공직이란 게 대개 열심히 일하면 국민신뢰가 뒤따르게 되지만, 거꾸로 국민신뢰가 우선해야 비로소 할 일이 생기는 자리도 있다”며 “국가인권위는 국민이 믿고 찾아가 일을 맡기는 곳이다.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됐다. 일거리가 충분히 생길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내부의 현 위원장 반대 기류조차 묵살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SBS 앵커가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20일 SBS '8시뉴스'. ©SBS화면 캡쳐 평일 8뉴스 담당인 김 앵커 외에 주말을 담당하는 편상욱 앵커도 지난 18일 뉴스에서 98%의 응답자가 계층상승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두고 “(계층) 이동이 얼마나 자유로운가는 그 사회가 민주적으로 얼마나 평등한가를 나타내는 척도”라며 “우리 사회의 희망이 왜 사라지고 있고, 또 어떻게 되살려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곱씹었다.

편 앵커는 지난 12일 클로징에서는 SJM 조합원을 폭행한 컨텍터스가 2년 전 폭행했을 때도 경찰이 방관하는 장면의 영상을 보고 “경찰 스스로 용역업체 직원이라 생각했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뉴스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나타난다. 폭염이 한창이던 이달 초 온 강이 녹조로 시름을 앓았을 때 그 원인을 두고 다른 방송과 주요 신문이 ‘폭염과 가뭄탓’이라는 정부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한 것과 달리 SBS는 지난 8일 리포트에서 방송뉴스 중 처음으로 4대강 관련성을 언급했다. SBS는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물이 정체된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방송했다. 해당 기자는 온라인 ‘취재파일’ 코너에서 ‘4대강 보 건설 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잘못된 결론”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법정구속된 지난 16일에도 MBC가 김 회장의 치적을 홍보하면서 “한화는 물론 SK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온정적 평가를 한 것과 달리 SBS는 “국가 경제 기여도나 경영상의 공백 등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던 재계의 관행도 버려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SBS 변화 왜? “MBC KBS 타산지석으로”=SBS 기자들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내부에서는 단지 기자나 앵커 한 둘이 튀는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수십년간 지상파 방송계를 이끌어온 KBS와 MBC가 현 정부 들어 공정방송 기능을 상실한 채 몰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SBS 노조에서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호원 기자는 “지상파 방송 스스로가 공정방송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SBS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KBS·MBC가 보여준 그 어느때보다 친정부적 방송이 국민들에게 강하게 배척받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고 타산지석 삼고 있다. 이것이 내부성찰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일 SBS '8시뉴스'. ©SBS화면 캡쳐 또한 최 기자는 “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및 부장 등 간부진이 짜여진 뒤 기자들이 눈치덜보고 서로 격려해주는 문화가 최근 1~2년 사이에 많이 정착된 듯하다”며 “과거 앵커가 클로징멘트라도 하면, 당장은 아니어도 이후 뒷말 나오는 것을 앵커 스스로 부담스러워했으나 이젠 이를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트위터와 SNS에서의 반응이 즉각즉각 제작진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양대 공영방송이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틈을 타 SBS가 치고 올라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MBC는 파업으로 시청률이 반토막 났지만, SBS는 MBC의 파업기간 중 일부 올라간 시청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최 기자는 “틈새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SBS의 뉴스 제작 수준도 많이 나아졌을 뿐 아니라 (남이 못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아 하려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환경전문기자로 주목받아온 박수택 SBS 논설위원은 21일 “1991년 전파 송출을 시작한 이후 이제 만 스물이 넘은 방송계의 성인이 됐으니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라며 “올 들어서서 구성원 사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며 “편향 방송, 보도하는 것이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생각해 타산지석 삼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과 달리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만만하니’ 두들기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MBC·KBS가 제 역할을 못하니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족정론”이라는 평판과 함께 일각에선 “어부지리”라는 평가도 있다.

최호원 SBS 공방위원장은 “그런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 더 나은 보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우리에 남겨진 과제”라고 답했다.

박수택 논설위원도 “정부비판을 현 정부 출범초부터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겠지만, 시기를 떠나 비판할 만하면 언제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ㅎㅎ
기사 제목을 씨방새라고 하디니 웃기네요
그래도 sbs가 많이 달라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