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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에 학회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19세기말 20세기초반 조선과 한국에서 활동한 서양인들,

알렌, 에스턴, 헐버트의 조선과 한국의 소설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이들이 고소설, 즉 이야기를 서구중심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들이 고소설, 특히 토끼전을

번역하면서 '간'을 '눈'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었어요.

토끼전은 토끼와 거북이의 '간'을 둘러싼 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구인들은 굳이 '간'을 '눈'으로 바꾸면서, 스스로 각주에

합리적으로 변개했다, 라고 쓰고 있거든요...

심지어 헐버트는 'Rabbit River Plant'에서 간 모양의 과일을 따다가

용왕에게 주도록 하는 서구적 관점이 드러납니다.

이들은 '간'이라는 중요한 장기를 적출한다는 허구적 상상력이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당대의 의학적 견해에서

적출이 가능하였던 '눈'으로 간을 대신하기도 하고, 상상의 나무를
 
만들어 내어, 그 간을 대체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학회 발표 중에, 농담으로 이 시기 토끼전을 둘러싼 서구인의

태도를 '간'과 '안구'의 투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고 했더니, 참가자들이 웃더군요.


쓰고 보니, 뻘글 적립으로 수렴되는군요.

정전을 빌미로, 뭐, 그러려니 하세요.

그럼, 루헨지니 시합 잘들 보시고...

정전이면 또 뻘글 적립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