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의심할 바 없이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 중 하나로 거론 될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에는 도올 김용옥 교수가 출연합니다. 출연 계기는 <옥희의 영화>를 보고 김용옥 교수가 홍감독에게 전화를 걸어서 영화가 마음에 드는데 한번 만나자고 요청을 해서 친분을 맺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님 역할을 할 분이 필요한데 머리 스타일이 스님 역할에 어울려서 섭외를 했는데 도올 교수가 오케이를 한 거라네요.
원래 도올 김용옥 교수는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불교 관련 책들을 제법 썼죠.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혜능과 셰익스피어>, <금강경 강해> 등의 책이 그 성과물들입니다. 이 영화에서 도올은 이자벨 위뻬르와 선문답을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선문답이라면 누구보다도 뛰어난 홍상수 감독이 김용옥 교수를 한방 먹이는 것 같습니다.(도올과 홍감독은 아무리 봐도 안 어울립니다. 도올이 박식함을 과시하는 스타일이라면 홍감독은 그런데에 아무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예요. 하도 접촉을 해오니깐 홍감독이 영화 출연 한번시키고 보내자는 속셈이 아니었는지 살짝 의심이 갑니다)

김교수가 맡은 스님은 관습적인 선문답의 내용을 뱉어내는데 위뻬르는 지금 말 장난하냐면서 반박을 합니다. 그러면서 스님이 사용하는 고급 만년필을 뺏어버립니다. 자기가 쓰고 싶다면서요. 이 영화에서 결국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이자벨 위뻬르가 맡은 안느인데 그건 스님의 말씀을 듣고 얻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벗어남으로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선문답이 아무 소용이 없는거죠.

각설하고 도올 김용옥 교수는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도 했었지요. <장군의 아들>, <개벽>, <아제아제바라아제>, <취화선>이 그의 작품입니다.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마지막의 스님 역할을 김용옥 교수에게 요청하려고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스님 역할은 김기덕 감독이 직접합니다). 드디어 영화에 출연하기는 했는데 연기력은.. 영.. 비전문 배우라서 NG가 많았는데 NG 때문에 해가 떨어져서 그 다음날 그 시간에 다시 찍었다는 후문입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에서 백씨 가문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로버트 역을 맡은 사람은 달시 파켓입니다. 영화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분 이름 익히 들었을 겁니다. <버라이어티> 기자인데 한국통입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우리 나라 영화의 해외 진출에 영어자막까지 써주는 분이시죠.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소문을 얼핏 들었는데 <돈의 맛>에서는 한국 여자들과 준 베드씬까지 펼칩니다. 그것도 쓰리 썸으로..
영화 출연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도 했던지라 낯선 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연기도 자연스러운 편입니다.

국내 배우가 외국 영화에 나오고 외국의 최상급 배우가 국내 영화에도 출연하고 이제 일반인들이 영화에 나오는 세상입니다. 이건 좋은데... 죽은 인물들을 불러내어 이상한 영화가 만들어지려더군요. 그 중에 하나가 육영수 전기입니다. '돈의 맛'을 들인 배우들이 생각없이 이런 영화에 출연한다면 그건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