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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그믐밤에 술 한잔을 받아 놓고 있으니
아스라히 바다가 다가와 앉는다.

그제 밤에 초승달을 보았던 얘기를 꺼낸다.
말똥구리 공굴리듯 애써 여민 넋두리가 많건만
비어져 나온 앙금이 고작 그제 본듯한 달 이야기다.

어두커니 지켜선 밤이 술잔을 기웃거리고
파도가 툭툭 어깨를 치며 웃었다.

지난 날 어드맨가 통영 아침 아무 골목에
늙지않는 내 그림자를 남겨두고 왔었는데

이제 매 아침 마다 한 푼 씩 낡아가는 나는
너를 어느 길 위에서 다시 만나야 할까

그믐의 밤에는 하늘이 내려와 
어느새 바다와 경계가 없는데

사각사각 내 젊음은 부스러져 흩날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