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뿔소가 뭐냐하면요
- 작성일
- 16-04-22 11:47
아 그니까 아침에 보니 아주 괭이한테 꼬장부리다 할큄당하고
술취한 김에 너무 부벼댔더니 목 간지러 죽겠네요.
아 그래서 러시아 코뿔소가 뭐냐하면요....
2014년 말인가 2015년 초 겨울이었어요.
연극계에 일이 좀 많이 생겨서 젊은(40대;;)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포럼을 열었어요.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해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건데요
참가신청을 하고 소정의 참가비도 낸 약 200명의 연극 관계자들이
장장 6시간에 걸친 토론을 하는 자리였어요.
대학로 연극인의 집에서 진행됐는데
거길 지나가던 원로선생님(ㅇㅅㅈ 배우님) 이 들르셔서 함께 하셨더랬죠.
근데 문제는 이 선생님이 너~~~무 원로 선생님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나빼고) 선생님이신 분이셨는데....
그래서인지 자꾸만 누군가가 발언을 하려고 하면
"아니 ㅇㅇ 작가, 그건 모르는 소리고~~"
하는 식으로 계속 끼어들더라고요.
사람들은 쉬는시간마다 누가 빨리 저 선생님을 모시고 막걸리를 마시러 가라, 가위바위보 할까, 막 이러고
나중에 어떤 작가님이 "선생님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라고 얘기하자
"뭐!!! 난 원래 예의 없어!!" 라고 응수하기까지.
그러다 토론이 5시간이 넘어가고 있을 때 즈음...
어떤 작가님이 세월호 얘기를 했어요. 시대의 희망이라는 연극이 지금 가장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 세월호 아닌가. 뭐 이런 취지로요.
그러자 그 선생님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야!! 니가 못하면 못한다고해! 어디 국립극단을 들먹거리면서 세월호세월호 노래를 불러!!"
.....
.....
저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시끄러워요!!!!! 시끄럽다고요!!!!!!!"
라고 소리를 질렀.....
그 선생님은 결국 리어왕처럼 쓸쓸히 토론장을 나가셨....
그리고 5초 뒤에 정신이 돌아왔는데
생각해보니 거기서 제가 제일 어리더라고요;;;;
그리고 그 자리엔 남친(남편)네 극단 대표, 부대표 등의 분들이 계셨.... 하아.....
소식을 들은 남자친구가 뒤풀이 자리에 부리나케 달려와서
"네,네 죄송합니다..... 얘가 러시아 들소입니다.... "
하는 바람에 러시아 코뿔소가 됐.
하이고 뻘글이 길었네요.
다들 즐거운 금요일 오후 되시어요.
전 다음주에 시험이라 오늘은 집에서 쉬고 내일 또 술마시려고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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