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바람직할까
- 작성일
- 16-06-15 10:10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약 160억 원을 벌어들인 일당이 경찰에게 붙잡혔는데, 아파트 안 곳곳에서 5만 원권 현금다발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한다. 지난 2011년 전북 김제의 한 마늘 밭에서도 110억 원에 달하는 5만 원권 뭉치가 발견된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5년간 발행한 5만 원권 지폐는 총 90조 7956억 원이며, 이 가운데 회수된 것은 43조 245억 원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 원권 지폐는 9조 5755억 원인데 회수된 금액은 3조 8849억 원으로, 회수율 40%를 가까스로 넘겼다. 5만 원권 지폐들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거래 편의성이나 화폐 발행비용의 절감,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현금 없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금이 없다는 것은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카드나 어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액수만 주고받을 뿐이다.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현금 결제 비중이 50% 이하인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12%이지만 현금 결제 비중이 80% 이상인 국가들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32%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8-20%를 넘는 25%로 추정되고 있다. 현금 결제 비중을 줄이면 지하경제 규모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선진국에서는 '현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미주리주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생활보조금을 현금 교환 쿠폰에서 기명식 전자결제카드로 전환하면서 범죄율이 9.8% 감소했다고 한다. 프랑스는 샤를리 에브도와 유대인 상점테러 여파로 올해 9월부터 1000유로가 넘는 물건은 현금으로 살 수 없게 했다. 테러를 후원하는데 현금이 사용됐다는 이유에서다. 스웨덴에서는 대중교통 승차권을 현금으로 구입할 수 없다. 또한 시중은행의 70% 정도가 전자결제수단만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국가 추진위원회'를 총리 직속으로 발족시켰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불황기에 소비촉진을 위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여건이 마련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현금사회'에서는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할 경우 예금주는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집안의 금고나 장롱에 보관하게 된다. 이는 곧 '뱅크런'(bankrun·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으로 이어져 금융대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돈이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은행 계좌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규모의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없다.
현금을 없애면 발행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세금 포탈도 막을 수 있다. 특히 마약과 매춘 등 폭력조직으로 불법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금을 없애고 전자화폐를 사용하면 정부가 국민 개개인이 언제 어느 곳에 돈을 썼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모든 돈을 국가의 통제 아래에 있는 계좌에 넣어놓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한다. 현금 없는 사회가 자칫 개개인의 '돈 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의 등장을 부추길 위험성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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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현금이 없어지면 지하경제나 유흥업이 축소되고 대신 모든 거래 내역이 추적되니 반정부 활동(?)이 불가능에 가깝겠다
정도 생각했었는데 마이너스 금리 문제는 생각도 못했었네요. 감봉되지 않아도 급여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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