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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요즘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가 제일 관심이 가는데 아직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어요.
먼저 본 느낌이 어떻느냐고 묻자. 대답이 이렇네요.  "귀엽네요. 홍상수 영화의 일상은 점점 밝아지네요"


정말 그게 다야?라고 되묻고 싶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홍상수의 영화를 봅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홍상수의 영화를 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저렇게 이야길합니다. 홍상수의 영화의 어느 면이 좋고, 최근작이 어떤 다른 지점에 있는지를 이야기 하지는 못합니다. 이제 홍상수 영화가 수수께끼가 아니라 홍상수 영화를 본 관객의 평이 수수께끼입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홍상수 영화에 대한 평에 '귀엽다'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건 홍상수 감독이 즐겨 쓰는 용어입니다. 예컨대 홍상수 감독에게 왜 영화 진행도중에 갑작스런 줌 인/줌아웃을 사용하냐고 물으면 "배우들이 귀여워서 만지고 싶어지거덩요 ㅎㅎㅎ" 이런 식의 대답을 합니다.

사실 이건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 중의 잘못이 감독의 인터뷰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점입니다. 영화 감독, 넓게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와 달리 읽어야 합니다. 그들(예술가)은 상황에 따라 다른 답변을 하며 대단히 즉흥적이과 직관적인 답변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보다는 그들의 답변 중 피하고 눙치는 부분을 읽어야합니다. 답변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홍상수 감독은 배우가 귀여워 보이기 때문에 줌을 사용하는구나라고 믿어버리면 거기에서 아무런 배움이 없습니다. 홍상수는 줌을 시도할 때 촬영감독의 어깨를 툭치고 줌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재었다가 다시 촬영감독의 어깨를 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가설이 가능해집니다. 줌 인&아웃시에 관객은 카메라를 의식하게 됩니다. 우리가 영화에 몰입되어 현실에서 벗어나려 할 때, 홍상수는 '이건 영화야. 너가 있는 자리는 스크린 밖의 관객석이고'라는 점을 확인시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홍상수 영화가 '삶의 일상성'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도 달리 봐야합니다. 스크린 속의 일상이 아니라 그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다시 보게해주는데 방점이 있다고나 할까요.  

감독이 '귀엽다'라는 말을 썼다고 이젠 영화 리뷰마다 다 홍상수 영화가 귀엽다라는 말로 범벅이 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이나 영화계에 있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볼때마다 가장 실망하는게 이런 겁니다. "그 영화 나는 별로인데"라는 말은 자주해도 "저는 잘 모르겠던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없습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는 싫고 뭔가 이야길 해야겠는데 딱히 할 이야기가 없을 때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점점 영화보다 더 모호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많은 영화를 봤어도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10%도 안되는 것 같고 그 10%의 영화들 대부분이 언급할 가치가 없는 영화들 같습니다. 

요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