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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모름지기 삼강오륜 닦는 것
아이 잘 돌보고 어른 편히 모시리
한마음 올곧게 이 길 따라 행하는
이것이 본래 평탄한 길이랍니다
  下學須敦倫
慈幼且安老
直?從此行
自是坦坦道

 
 
 
- 강지덕(姜至德, 1772~1832)
 <시모 지일당의 운을 따라 짓다 [敬次尊姑至一堂韻] 1797년, 정조 21>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
 
 

  조선 후기 여류시인 정일당강씨(靜一堂姜氏) 즉 강지덕(姜至德)의 시이다. 허난설헌(許蘭雪軒)이나 윤지당 임씨(允摯堂任氏) 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여류 성리학자로 글씨와 시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정일당은 부친 강재수(姜在洙)와 어머니 안동권씨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태몽에 지덕을 가진 아이가 나올 것이란 말을 듣고 지덕(至德)이라고 이름하였다. 20세에 윤광연(尹光演)에게 시집간 뒤로 시부모의 상을 치르고 기울어지는 가세 속에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면서도 남편에게 학문에 힘쓰고 재물 때문에 지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강씨가 61세로 세상을 떠나자 남편 윤광연은 강씨의 유고를 직접 수습해 편차하여 1836년에 1책을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허난설헌이나 윤지당의 유고가 모두 친정 형제들에 의해 출간되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사후 얼마 안 되어 당대 문장가인 홍직필(洪直弼)의 묘지명과 송치규(宋穉圭)의 발문을 받고, 남편에 의해 출간되었다는 것은 당대의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또한 윤광연이 지은 제문을 보면 부부간의 정의도 매우 좋았던 듯하다. 문집의 내용도 남편에게 올린 시와 편지, 남편을 대신해 지은 척독(尺牘)과 기문, 발문, 묘지명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위의 시는 강씨가 시모인 지일당전씨(只一堂全氏)의 시운을 따라 지은 것으로 문집 첫머리에 실려 있다. 다음은 시모인 전씨의 원시(原詩)이다.

    봄이 오니 꽃들은 한창이건만         春來花正盛
    세월 가니 사람은 늙어가누나         歲去人漸老
    설워하고 탄식한들 무엇하리오       歎息將何爲
    선한 도리 하나만 있을 뿐이네        只要一善道

  시모인 전씨(全氏) 또한 한시에 능하다는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원시는 세월 따라 늙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오직 선한 도리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 내용이고, 차운시는 강씨가 《논어(論語)》의 구절을 인용해 올바른 학문은 바로 인륜을 실천하는 것이고 자신도 며느리로써 이를 따르리라고 읊은 것이다. 내용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시(漢詩)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뜻을 펼치는 광경에서 조선 후기 여성 문인들이 자신의 지성을 발휘하는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듯싶어 흥미롭다.

 
 
 
글쓴이 : 김성애(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