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래 스윙맨님 박근혜와 통합 얘기가 나와 블로그에 썼던 글을 가져옵니다.

평어체로 쓴 것 양해 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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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진이 박근혜 후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월 28일 오전 박근혜 후보는 서울 종로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를 방문해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찾았다. 그녀가 보여주고자 했던 대화합의 정치의 연장선상이었다. 과거 그녀의 아버지가 '통치'하던 시절 열악한 노동 현실에 항거해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에게 헌화해 취약한 지지계층이라고 여겨지던 노동자들에 대한 포용과, 아버지로 인해 상처 받았던 과거에 대한 사과의 제스쳐를 보여주려던 의도였을 것이다.

이때 김정우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동상 앞에서 그녀를 가로막았다. 김정우 지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현안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전태일재단에 간다는 것은 열사를 욕보이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며 "이것을 방치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저지했다"고 당시 행동의 이유를 밝혔다. 김정우 지부장은 지난 10여년간 벌어진 노동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쌍용차의 소속인지라, 박근혜가 그에 대한 형식적인 유화의 제스처만 취했어도 노동계에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박근혜 후보의 경호원은 거칠게 김정우 지부장을 끌어냈고, 박근혜는 경호원들의 행동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사진을 보자. 사진 속에 수많은 취재진들이 있었던 만큼 이 사건은 수많은 사진으로 기록되어 인터넷 세상에 저장돼 있다. 그 중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이 사진 안에 헌화하며 미소(!) 짓는 박근혜, 끌려나가는 김정우 지부장, 전태일의 묵묵한 모습, 작렬한는 카메라 세례가 함께 잘 잡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박근혜의 모습은 기괴하다 못해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사람이 끌려나가는 데 조금이 불편한 기색이 없이 온화하다고 까지 여겨지는 미소를 띠고 있다. 사람은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그 상황에 대해 염려를 하던가, 불쾌해 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더욱이 이 자리는 노동계와 노동자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자리였다는 걸 감안하면 이 반응은 더 그로테스크하다.

김정우 지부장이 끌려나가는 모습에서 쌍용차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쌍용차의 노동자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이어 뒤에 있는 전태일의 동상에 의해 전체 노동자와 서민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그러므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김정우 지부장만이 아닌 노동자 서민이 끌려가는 듯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 수많은 취재진의 모습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 사건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자를 끌어내리는 모습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를 탄압할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꺼리낌없이 노동자를 탄압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주변의 불합리하고 긴박한 상황과 상관없이 웃음을 띠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사진의 의미는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만약 박근혜가 승리하게 된다면 김정우 지부장이 아닌 내가 끌려 나갈 것이다. 그리고 혹은 운 나쁜 국민들 많은 수가. 반대로 박근혜기 패배한다면, 이 사진에서 패배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