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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의 역사교사입니다. 좋은 교사는 아니지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역사를 가르쳐 왔습니다.
외세의 침입에 당당하게 맞섰던 우리 선조의 자랑스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왔고 국권을 팔아먹은 위정자를 비판했고 민중을 저버린 권력을 비판했습니다.

정말 이런 이야기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이제 하겠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동료 교사가 수업시간에 박정희의 친일행적을 비판했습니다. 상식적 수준의 비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을 들었던 학생 하나가 졸업 후 보수  언론사에 수업 녹음 테이프를 가져다 받쳤습니다. 교육청에서 감사가 들어왔고 그 교사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제가 받았던 충격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수업 시간에 수업을 못하겠더군요. 아이들이 무서웠습니다. 저 애들이 녹음기를 들고 제가 하는 이야기를 녹음한다고 생각하니 수업할 맛이 안났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알고보니 보수 언론사측에서 상품권을 미끼로 그런 제보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있고 난 후 많은 고민을 하다가 우리 아이가 미취학 연령이라 육아 휴직을 내었습니다. 휴직 기간 동안 상처 받은 마음을 추스리고 싶었습니다. 네 저는 지금 휴직 중입니다. 

몇 시간 후에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저는 뉴라이트가 만든 교과서로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는 근대적 성장의 계기가 되었으며 군사정부는 더 나은 삶을 가져왔다는 내용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참담함을 여러분은 이해하시겠습니까? 

많은 직장인들은 5년이란 세월을 그냥 버티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역사 교사입니다. 이 세월을 자기배반을 하면서 저는 견뎌야 합니다.
무덤 같은 세월, 시체 같은 삶을 견뎌야 할 것을 생각하니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