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보고 왔네요
- 작성일
- 14-03-03 16:50
노예 12년을 방금 보고왔습니다.
극장 불이 켜지는 순간 든 생각은
"작품상은 받겠구나.아니면 감독상이라도. 대신 남우주연상 못받겠다." 였습니다.
역시나 결과를 보니 작품상을 받고 남우주연상은 못받았더군요.
이런 예상을 한건 배우가 호연을 하지 못해서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남우주연상 받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스티븐 맥퀸의 전작들을 보면 나타나는 징후들중 하나가
'건조함' 입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감정들을 묘사할때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설명하지 않고,
대신에 상황을 보여주고, 상황을 자기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인물의 감정으로 들어가 관객들이 인물과 감정적 합치를 이루게 하지 않고
상황속에 놓인 인물들을 보여주면서 감정적 동의보다 상황적 동의를 먼저 이루려고 한단거죠.
요 지점은 영화속에서 거의 한테이크로 이루어진 채찍 시퀀스에서 잘 나타납니다.
이는 좀 전에 개봉한 '변호인'의 한테이크 변호장면과 비교되는데요
무엇이 더 좋다 안좋다가 아니라 이 두 장면을 만들어가는 방식의 차이가
바로 이 영화를 온전히 감독의 것으로 만들어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변호인은 감독의 것이 아닌 송강호, 즉 배우의 것이었구요.
(스포일러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할게요)
어쨌든간에
그 덕분에 영화가 빛이 납니다.
편집하는 사람의 직업관, 특히나 한국에서 돈벌어먹고 살아남기 위한 편집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거부될만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것을 관철시켜나간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고,
결국에 그 것이 옳다는 - 감독이 관철시킨 장면들이 하나같이 영화에 중요합니다. - 것을 증명했으니말이죠.
<그래비티>를 작년에 본 영화중 최고로 치는데 이 <노예12년>과 비교한다면...
글쎄 워낙 분야가 달라 우위를 논하기는 힘들지만 <노예 12년>쪽을 좀 더 손들어주고 싶네요.
단, <노예 12년>은 매년 수편씩 만들어지지만, <그래비티>는 100년에 몇편없는 영화라는 차이가 있겠죠.
어쨌든 일로 머리가 지쳤는데 좋은 영화 잘 봤네요.
아직도 영화소년이라선지
잘만든 영화를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뱀발
극장에서 모든 것들 다 참을수 있는데스마트폰 켜는 사람들은 도저히 못참겠네요.
조금만 다른 사람 배려해. 줬음 하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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