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오늘도 고요한 베팍에서. 그래도 좋은 밤입니다.
- 작성일
- 14-03-06 23:56
가끔씩 편지를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작은 다짐 하나 새기곤 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받아 든 사람이 나의 글로 인해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바로 그것입니다.
함에도 문장과 마음이 튼실하지 못한 탓에. 바깥 날씨의 작은 변화에도 늘 음계를 달리하는 바람에 때론 공염불이 되기도 하죠.
오늘은 바람에 차가워서였을까요.
온종일 쓸쓸이란 놈이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나를 따라 다녔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온종일 쓸쓸이란 낱말 속에 생각이 갇혀 있었다고 해야겠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하고 묻던 시인도 있긴 했지만. 그 눈물을 자아내는 쓸쓸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잃어 버린 것에 대한 집착. 돌아갈 수 없는 추억에서 비롯디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생각으로 정리 되더군요. 그것이 무엇이든 무언가를 잃어 버린다는 것은 분명 허전한 일이 될테니까 말입니다.
빗방울이 내리는 날엔 우산을 잃어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몹시 아끼던 만년필이나 반지를 잃어 버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잃어 버렸다고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슬픔에 잠기게 됩니다. 물건을 잃어 버리는 것은 그래도 작은 슬픔이 되겠지만 잃어 버린 것이 사람이 되면 사정은 확 달라질 수 밖에 없겠죠.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9년에 1명꼴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다는 통계도 있답니다.
부모형제나 혹은 남편이나 아내. 자식 중의 한 사람을 잃어 버린다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쓸쓸한 일이 아닙니까?
제가 아는 분 중에 1년 전에 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어르신이 한분 계십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감당키 어려운 큰 슬픔 앞에서 넋을 잃어 버린 그 분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까워했었습니다. 시간이 어느만큼 흘러 그 분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에는 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드러나지 않은 보살핌이 있었습니다. 주위에 진심으로 그 분을 염려해 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분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 흔한 말이 되어 버린 '슬픔은 나누면 반'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군요.
이미 알고들 계시겠지만 사람들이 슬픔(상실)을 극복하기까지에는 몇 단계로 구분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지요.
처음엔 쇼크로 인해 커다란 망치로 뒷통수라도 맞은 것처럼 사람이 멍해지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이어서 자신에게 닥친 슬픔의 현실을 부정하게 되는 과정. 이건 사실이 아니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 거야. 하는 식으로 말이죠.
부정과 긍정의 되풀이가 어느만큼 이어지다가 결국엔 모든 사실을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게 세번째 단계. 슬픔(상실)의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한 슬픔을 겪어내는데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답니다.
상실감의 극복을 위해선 잃어 버린 대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겁니다.
함께 보낸 시간을 되돌아 보며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적어 보는 것이죠. 그리하여 좋았던 순간에 대해선 감사하고 나빴던 것에 대해서는 용서를 하는 것. 그리고 미처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바람들을 적어 이별편지를 써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랜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자신의 아픔이나 슬픔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슬픔은 혼자 껴 안고 있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네 마음이란 것은 물처럼 어딘가로 계속 흘러가야 하는데 갇혀 있어서는 탈이나게 마련아니겠습니까.
어쩌면 그동안의 저의 모든 잡문들도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길 바라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내 슬픔을 나눠주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한 방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굳이 탓하지 않을 베팍커란 걸 압니다.
때론 참지말고 일회일비 할 것.
조금은 솔직해져도 좋습니다.
차분히 혹은 격정적으로 자기를 풀어내주십시요.
서슴없이 베팍에 말 걸어 주십시요.
날마다 아침과 함께 찾아오는 슬픔. 고난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하니까요.
한때 유행했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는 말처럼 .
슬픔과 고통이 우리 삶의 주요 구성요소라면.
어느 시인의 시 제목처럼 '슬픔이여, 좋은 아침! 하고 날마다 미소와 함께 위로섞인 인사할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멋쩍지만.
새로 인사 드립니다.
잡상 잡글. 전문가. 볼품 없는 글을 웃음으로 얼버무리곤 하는 울므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씨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