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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난 내 첫 해외여행지로 대만을 선택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우리나라서에 비행기로 두 시간 반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였고, 그래서 비행기 표 값이 저렴했다. 일본에 가고 싶었지만, 극구 반대하는 이가 있어 제외했다. 중국은 첫 여행지로는 조금 험난할 것 같아 포기했다. 그래서 난 대만을 선택했다. 서울대 입구 지하철역에서 대만 F4 광고를 봐서 선택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난 대만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는 대만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방학 때 대만에서 돌아오실 때마다 바나나를 사왔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유학 갔던 나라라 여겨져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바나나 맛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그런데 그 친근함의 정체는 대만의 숭산공항에 내려 금방 밝혀졌다. 숭산 공항은 우리나라의 김포공항 격의 공항으로 타이페이 중심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내리자마자 지하철역이 있어 그걸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어떤 대만 아저씨가 내게 길을 물어왔다. 물론 중국어로 말이다. 어버버 하며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난 외국인이다라는 것을 밝히자 어르신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셨다.

이런 일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쌍십절 휴일을 맞아 찾은 동물원에서도, 하루 종일 구경했던 고궁박물관에서도 내게 길을 물었다. 또 대만 최대의 서점을 찾아 서점 사진을 찍자 점원이 중국어로 사진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내가 한국말로 말하자 그제서야 영어로 친절히 설명해 줬다. 친근감의 정체는 외모때문이었던 것 같다. 왠지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요즘 나에게 길을 안 묻는 이유도 왠지 짐작이 된다.

여튼 그렇게 난 대만에 도착했다. 대만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