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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곳곳에 감독의 부족한 연출력들이 눈에 띄는 점. 놀란의 연출력에 의문을 표하면 피를 토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장면 자체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전에 비해 훨씬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몇몇 중요한 브릿지들은 놀란이 아닌 스필버그였다면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한다. 그리고 워낙에 진지함을 전면에 내세운 감독이었기에 뻔뻔해져야하는 순간들에서 많이 주춤거린다. 스필버그였다면 애들 수준 유머로 넘어가곤 했을텐데. 그래도 싸우는 장면 없다는게 천만다행. 싸우는 장면이 없진 않지만 그나마 있는 장면은 거의 롱샷으로 넘어간다. 이거 정말 잘했다. 

대신에 감독은 부족한 긴장을 감정으로 메꿔나간다. 앞서 <솔라리스>를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숱한 약점들을 SF하고 안어울리게 오롯이 감정하나로 정면돌파한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괜찮다. 그런거 있지 않냐, 보고 또 봐도 항상 애수에 젖게 만드는 보편적 감성. 영화는 묵직하게 그걸 등에 엎고 간다, 결말까지. 그게 이들이 우주로 떠났던 이유였고, 돌아와야는 이유이며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감독은 몇몇에선 노골적으로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따라가는 걸 보니 우리 세대의 그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자꾸 들더라. 그런데 어쩌냐. 1년전에 다들 <그래비티>봐 버린 것을. 두 영화가 지향하는 지점은 많이 다르지만 작년 영화때문에 올해 영화의 비젼이 많이 후져 보이는건 어쩔수가 없네.

여하튼 극장에서 핸드폰 보는 진상사이에서 하도 울어서 눈이 좀 부었다. 그거면 된거다.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놀란 영화중에 최고의 대사들로 이루어진 영화들이라 생각하지만 그 대사를 이해하는 방식이 보통 관객들과 내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보통 영화에 대한 글을 쓰다보면 강하게 가치판단을 하는데 이 영화는 가치판단을 못내리겠다. 완전히 개인적인 영화로 묶여버리니 말이다.

뱀발

놀란 영화중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다.

"우리가 우리를 여기로 이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