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올린 글 자세히
- 작성일
- 14-04-23 18:07
회사라서 자세하게 못 적었네요. 요즘 왠지 감시 당하는 기분이라.
책상이 ㄱ 자 형식으로 되어 있어 ㄱ의 중심부를 향해 비스듬히 앉아 있었는데
뒤쪽에서 뭔가 소리가 나길래 돌아보니
10년째 차장이 제가 사 놓은 커피믹스 봉지에 손을 집어 넣어 꺼내려고 하고 있고
제 옆자리 선배는 당황해서 이거 공용인지 개인인지 모른다 어쩐다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공용 커피믹스 봉지가 엄연히 제 책상 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설령 그게 공용이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일단 손부터 넣었죠.
선배가 당황하는 와중에 투덜이 이거 네거야? 라고 묻자 네 제거 맞는데요?라고 했는데
그 사이에 차장은 이미 한웅큼을 집어 들고선 자리 이동
제거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 확실하도록 이동하면서
"그럼, 이거 도로 갖다 놓냐? ㅋㅋㅋㅋ"
저런 짓거리 자체도 웃긴데
제일 황당한건 엄연히 주인이 있는 와중이고, 그걸 밝혔으면서
그 차장은 저에게 단 한번도 말을 걸거나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옆자리 선배하고만 이야기 하다가 가 버렸다는 것이죠.
저랑 친한 사람도 아니고 같은 부서지만 100명이나 되는 부서원이다 보니
그야말로 업무적으로 사적으로 엮인 적도 없던 사람입니다.
학교 다닐 때 남의 물건 집어 가는 놈들조차도
적어도 나 이거 쓴다 ㅋㅋㅋ 하면서 갖고 가지
자기거 놓고 갔다는 듯이 들고가지는 않습니다.
아래에 쓴 (분명히 위로 차원인데) 너가 밖에 꺼내놓아서 그렇다, 앞으로 주의해라.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건 꼭 내가 잘못한 것 같은 소리 아니냐,
성추행 당한 여자한테 미니스커트 입지 말라는거랑 뭐가 다르냐고 했더니
자기 만만해 보이냐면서 화 내길래 제가 사과하고 왔습니다.
대부분의 선배들은 그냥 한숨이나 쉬면서 그냥...하며 말줄임표로 끝났구요.
한 선배는 조용히 저 데리고 나가서 원래 저런 사람인데
대부분 적반하장으로 나오니까 잘 참았다고 하더라구요.
억울할 땐 조용히 있는게 칭찬받음
제 탓이라는 사람의 의견을 받아,
다시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안 마시기로 결심하고 커피는 몽땅 주변 사람한테 나눠줬습니다.
머그컵도 그냥 버려 버렸구요.
돈을 안 걷어와서 개인돈으로 부서 상조회비를 충당했다가
결국 한번 야단친 걸로 욕을 먹은 적도 있고 해서
요즘엔 그냥 '내가 이상한 놈이다 내가 이상한 놈이다' 하고 있는데
나중엔 어쩔지 모르지만 차라리 그게 속이 편합니다.
앞으로 회사에는 어떠한 개인적인 물건도 안 두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