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전에 제가 노리개 꼭 보고 오겠다고 글 올린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는 분들 계신지 모르겠네요.

저도 그 이후로 잠시 잊고 살다가 오늘에서야 개봉일인 걸 알고는 좀 전에 보고 들어왔습니다.


먼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이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힘써주신 주,조연 배우분들, 최승호감독님을 위시한 스탭분들, 외부에서 도와주신 분들,

제작두레에 참여하신 분들, 하다못해 이 영화를 배급해 준 배급사와 메가박스에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활한 설탕공장넘들, 사이트에는 신나게 선전 해서 개념있는 척 해놓고 정작 상영관도 제대로 잡아놓지 않았더군요.)


영화가 이 엄혹한 세상에 정말로 다루기 힘든 그런 소재라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장.자.연.

아, 정말 저분이 공중파 드라마에 나오시는 분인데 출연을 하시다니, 그러다 불이익이라도 받지 않을까 싶은 분도 출연하신걸 보고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도, 능수능란한 영화적 기법에 익숙하지도 않습니다.

도입부는 생소한 것 투성이입니다. 적응도 잘 안됩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스크린에 걸리기 위해서 많은 것을 바꾸고 삭제해야 했으니까요.

예산도 충분하지 않았고요, 어찌보면 이 영화 자체가 노리개 입니다. 이 영화 자체가 장자연씨의 처지와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투박하고 불친절하지만 최대한 관객의 기준에서 식상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깨닫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다룬 몇 줄, 단 몇 건의 기사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말이죠.

등장인물의 행적이 하나둘 씩 드러나고, 극의 흐름이 격정으로 치달아 갈 수록 내 안의 분노와 경악은 그 깊이를 더해 갑니다.


주인공인 마동석씨와 민지현양의 열연은 단연 눈부십니다.

다들 미스캐스팅이라고들 여겼을 텐데, 제게는 오히려 주연배우 마동석의 재발견이라 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특히나 그의 낮게 깔리면서도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연기가 인물의 감정이입에 상당히 도움을 주었고요,

민지현양의 살신성인의 연기투혼은 정말이지 장자연씨의 그 아픔이 절절히 배어나와서 더 슬프더군요.

기주봉씨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객석 여기저기에서 욕설이 터져나오더군요.)

그외에도 이승연씨나 서호철,서태화,장혁진씨등의 호연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인터넷 사이비 언론을 위시해서 족벌언론들은 이 영화의 작품성이나 영화적 재미를 가지고 김빼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많은 이들은 검색을 통해 인터넷 기사를 접하고, 에이 재미없네, 별로네 라는 식으로 외면하겠지요.

실제로 그런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지만, 이 영화, 돈 아깝지 않게 잘 나왔습니다.


누구의 말도 믿지마시고 꼭 보세요. 항상 모 영화포털의 평점을 보고 영화관에 갔던 저도 이번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갔습니다.

그런데, 영화적 재미도 좋았고, 심금을 울리는 감동도 느끼고 왔습니다.

법정 심리극이라 할 수 도 있고, 드라마일 수도 있고, 논픽션 다큐멘터리 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영화를 통해 나 자신이 '노리개'와 같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왔다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바로 이 사회는 진실과 정의를 갈망하는 이들이 아직도 수 없이 많고, 지금도 그것이 실현될 날을 희망하며 지금 이시간에도 

싸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장자연씨는 그것을 나에게 죽음으로써 가르쳐 주고 떠났습니다.


장자연씨, 당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는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변해 갈 것입니다. 부디 하늘에서 지켜봐 주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