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과 블레어 위치, 리얼이란 무엇인가?
- 작성일
- 13-02-09 01:50
1. 정글의 법칙
불쌍한 보영이....
소속사 사장의 신중치 못한 행동은
또한번 트인낭의 실제 사례를 추가하며
(사실, 저는 트인낭이라는 말을 굉장히 안좋아 합니다.
영감님이 하신 말씀이라 이해의 소지가 있는 거지 시대를 못 따라가는 현실 인식이라고 생각을)
오늘의 리얼 예능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사장님은 구설에 오르자 뒤늦게 '오해다' 크리로 수습해 보려 하지만
섭외한 원주민들과의 접촉이 그냥 단순한 섭외도 아니고 관광 체험 상품 중의 하나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딱 봐도 술먹고 횡설수설한 글이라 저는 이빨도 안들어 갈 줄 알았는데 ㅎ 역시 팩트의 힘은 대단합니다)
2. 블레어 위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 영화 중에 하나로
저는 한참 뒤에 컴퓨터 모니터로 봤던지라 페이크인 줄 알고 보는데도 정말 오싹 하더군요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가 흔치 않았을 때 나오긴 했지만, 최초의 페이크 다큐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다만, 개봉 당시엔 가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실제로 주인공들이 실종된 인물인 것처럼 사람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하는 등
'페이크 마케팅'까지 동원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이게 영화의 연출 기법인지 관객들을 기만한 사기인지 헷갈릴 수 있을 듯 합니다.
과연 정글의 법칙의 바이럴 마케팅과 블레어 위치의 가짜 켐페인, 얼마나 다를까요?
영화 제작진들은 멀쩡한 배우들을 실종되었다고 해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있을까요?
3. 워낭 소리
한 때 의외의 흥행을 일으키며 극장 다큐멘터리의 선봉을 이끌었던 워낭 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습니다.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다큐라는 편견을 깨고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인 작품이었죠.
영화 중간에 송아지가 날뛰다가 주인 할아버지가 넘어지셔가지고
다큐 촬영하던 피디가 놀라서 할아버지에게 뛰어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는 기본적으로 관찰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서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카메라 앵글 안에 직접 뛰어들어가고 하는 것을 굉장히 이단적으로 본다고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낭 소리에서는 그 장면을 들어내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뛰어들어가는 순간을 정지 영상으로 처리하면서
연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에피소드는 상징적으로 언급한 것이고
이 다큐는 적절하고 과감한 편집과 스토리 텔링으로
개봉 당시에 조작이나 연출이 있지 않았느냐 하는 얘기도 많았습니다.(참조:http://mybox.happycampus.com/tisapek/4614424)
(감독 스스로도 '다큐멘터리도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인터뷰 하긴 했습니다.)
워낭소리는 과연 다큐라는 형식을 빙자한 단막극이었을까요?
이것은 '리얼'이 아니니 다큐로서는 좀 더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4. 질문 - 리얼이란 무엇인가?
픽션이라고 해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현실보다 더욱 현실같은 위대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논픽션이라고 해서 현실을 직시한 기록의 결정체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어디서부터가 예능이고 어디서부터가 다큐인가
어디서부터가 연출이고 어디서까지는 리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이런 건 각자 다 느끼는 감수성이 다른 문제이지 그리 쉽게 경계가 결정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쉽게쉽게 신의를 배신하는 조폭 나와바리에서 '의리' 찾는 것처럼
리얼을 강조하면 할수록 현실에서 정직하고 진솔한 얘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역설이 되지 않는가
'레알 믿을 놈 하나 없는' 불신의 사회가 강조되는 것 같아 씁쓸한 뻘 생각을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