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의 시대
- 작성일
- 13-08-29 02:01
상(商)을 멸망시키고 성립한 주(周)는 혈연을 기반으로한 봉건(封建)정책을 실시합니다.
주대에 실시한 봉건은 철저한 혈연을 바탕으로 한 가부장제의 확장정책으로
그 혈연이 옅어지면 지배권이 약화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죠.
특히 봉건의 정점에 서 있는 주(周)나라가 잦은 내분과 분봉으로 인한 영지 축소로
제후들의 관할권을 잃어가면서 지방 제후들의 할거시대인 춘추시대가 도래합니다.
초기 춘추시대의 특징은 분봉받은 제후들이 매우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이런 모습은 국어(國語)에 잘 나타나 있는데 작은 영지 제후인 선공(單公)과 같은 인물이 대국의 양쪽에 서서 갈등을 조정하고
대제후들은 이런 중제를 발판삼아 명분을 쌓고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는 모습으로 지역 패권을 유지하는 양상이죠
하지만 거점국가 형태에서 영토국가로 발돋움하는 중기 이후의 모습을 보면 초기의 제후간의 중재형태보다
정복과 지배라는 확장정책으로 자국 영토화되는게 일상화가 됩니다.
그에 따라 제후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해결 할 수없는 문제가 늘어나고
보좌할 신료들이 필요한 시기가 오죠
이는 패자(覇者)가 등장하는 춘추중기 이후에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대표적인 춘추시대 패자인 제 환공(齊 桓公)과 진 문공(晉 文公)을 보면
그들을 패자로 이끈 관중, 포숙, 호범, 선진과 같은 신료들이 등장하고
이후에도 대부(大夫)로서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신료들의 등장은 그 이전시기부터 보이지만 패자가 등장하는 시대가 오면
단순히 공족(公族)이라는 혈연적 바탕으로 제후를 보좌하는게 아닌 전통적인 공경가문이 아니더라도
능력이 출중하면 발탁되는 전통적인 계서적 계층이 무너지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국정참여 계층인 국인(國人)에 속하기도 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외부인들로
이 시기에 들어오면 이미 많은 신분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이런것들을 뒷받침 하는건 고고학적 유물로도 알 수 있는데 신분에 따른 격차가 뚜렷히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제후국들이 영토국가화 되면서 단순히 공(公)과 몇몇 공실가문의 신료들로는 통치제제를 유지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좀 더 다양한 계층의 유입이 필요한 시기가 오게됩니다. 하지만 누대에 걸쳐 분화된 공실가문들이 주도적인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새로운 계층은 그런 투쟁에서 부수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공자시대에 언급되기 시작한 사(士)라는 교양계층의 등장은 아직 요원한 것이죠
이렇게 격화되는 내부 권력투쟁과 영토전쟁은 하나의 큰 가족과도 같은 혈연 공동체 중심의 통치체제를 분열시키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주도적인 위치를 잡은 몇몇 소수가문에게 권력이 돌아가는 현상을 가져왔고 패배한 집단은 국정참여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렇게 정립된 춘추중기 이후의 정치는 정국의 주도권이 공가(公家)에서 경대부(卿大夫)로 불리는 신료가문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진(晉)의 육경(六卿, 범,조,위,한,중항,지씨), 노(魯)의 삼환(三桓, 맹손,숙손,계손씨), 정(鄭)의 칠목(七穆)과 같은 가문들의 등장하게 됩니다.
이들 가문은 대부분 공실에서 분화된 가문(晉만이 좀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예외적인 가문들이 생김)으로
국정참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은 단순히 참여를 넘어 제후를 폐위시키거나 옹립시킴으로서 기존의 권위를 무력화 시키고
자신들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모습을 만들었고 이는 기존의 봉건체제가 붕괴됐음을 알리는 모습이 됩니다.
자산(子産)역시 이런 공경가문으로 정(鄭)나라 국정을 움켜쥐었던 칠목(七穆)가문의 일원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자국(子國, 공자발)이 목공의 아들로 목공 사후 불었던 복잡한 정권투쟁에서 사망하고 제후역시 이런 투쟁과정에서 주살당하자
자산은 공(公)을 중심으로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런 중앙집권화를 목표로 실행한 것이 형정(刑鼎)을 주조해 성문법을 만드는 것이었죠
당시에 이런식의 성문법화 하는걸 금기시 했고 덕과 전통으로 다스리는 느슨한 형태의 통치를 이상적으로 보았었습니다.
하지만 자산은 규율화된 통치체제를 통해 공의 권위를 높히고 혈연적 정당성으로 통치하는것이 아닌
법이라는 성문화된 형태의 규율의 집행자로서 통치자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실현하는 권한을 가짐으로서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또한 공경들에게 위임돼 있던 부세(賦稅)를 자신을 중심으로한 관료기구(원시적인 신료 합의체)에 일원화 해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하려고 했고 외교를 담당하는 대부(大夫)를 두어 전문화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대규로 개간사업을 실시해 직접적으로 거두는 조세지역을 확대하였고 이는 공의 힘이 강화되는 모습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자산의 정책은 제도화 하기엔 너무 낯설고 급진적인 면이 있었기에
훌륭한 성과를 냈음에도 그 당대에 끝나고 맙니다.
이는 자산이 속한 정나라가 약소국이었고 많은 정책들이 자산의 개인 역량에 따른 성과였기에
이어지지 못한면이 컸죠 그러나 이런 자산의 시도는 이후 많은 국가들이 도입함으로서
전국시대에는 일반화 되는 모습으로 정착됩니다.
자산의 정책은 영토국가화 하는 당시 제후국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제도였었던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