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오만방자함
- 작성일
- 14-01-26 07:33
얼마전 삼성그룹에서 총장추천제를 도입하고
각 대학별 인원을 배정해서 많은 논란이 되었던 건 잘 아실겁니다.
이 일을 보고 개인적으로 짜증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네요.
가뜩이나 수능점수로 인한 대학의 서열화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와 수험생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삼성 취업을 기준으로 한 또 다른 서열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처사였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3~4년 후면 삼성 기준 대학서열과 수능기준 대학서열을 비교하는
시도도 이루어질지 모르겠군요.
삼성.
대한민국 1등 그룹이고
전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은 존재입니다.
또 어찌보면 우리나라 수십만 수백만 가족을 먹여살리는 일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구직자 입장에서는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돈 벌어올 시간도 모자랄 판에
언제부터 일개 기업이 국내 유수 대학들을 자기네들 기준으로 대놓고 줄을 세웠습니까.
할거면 하는 김에 글로벌 기업답게 전세계 대학들도 줄세웠어야죠.
삼성은 열린 채용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진정한 열린 채용을 추구한다면 대학별 배정인원을 동일하게 가든가 했어야죠.
아울러 기존 입사자들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인원을 배정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건 현재 대학 재학생들에 대한 연좌제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결국 비용절감에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 인원이
매년 20만명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부담은 형식적인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그만한 인원이 SSAT 시험을 치르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인원이 앉아서 시험을 치를 전국 및 해외 고사장 수십곳을 확보해야 하고
수천명에 이르는 시험감독 인력을 조달해서 수당도 지급해야 하고
수천만장에 이를 문제집지와 답안지 마련 등
국가고시급으로 비대해진 SSAT 전형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 큰 목적 아니었을까요?
실제로 이번 총장추천제 도입을 한다고 SSAT를 없애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총장추천제 도입과 서류전형 강화 등을 통해
SSAT 응시 인원을 대폭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총장추천제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대학별로 많게는 1만명에 육박하는 학생을 일일이 어떻게 총장 1인이 평가해서 추천을 합니까.
결국에는 학과, 단과대학에서 내부적인 기준으로 올린 학생 리스트를 보고
총장이 도장만 해주는 식이 될텐데 이런 것이 진정한 추천이 될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삼성인력개발원과 각 관계사 인사팀 담당자들이 서포트를 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도입되었을 겁니다.
일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국내 대학들을 줄세우고 이에 따른 사회적 여파가 어떠했을 지에 대해
조금의 고민이라도 있었을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SSAT 과다 응시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또다른 사회적 부담을 안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이리 돌아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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