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야기] 데프콘은 정형돈이 없이도 잘 됐을까?
- 작성일
- 14-02-04 16:05
형돈이와 대준이가 뜨면서부터 데프콘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꼬박꼬박 정형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 왔습니다.
이제는 무한도전으로 영역 확장이 된 것 같지만,
어쨌든 정형돈이나 무한도전이 부르면 어지간하면 응하려고 하고 있죠.
최근에는 가요제 때 형용돈죵에 힙합비둘기 코스플레이를 하며 게스트로 참가도 했습니다.
(참고로 데프콘이 힙합 비둘기가 된 것은
랩퍼들의 디스전이 한창일 때 홀로 트위터에 일상이나 올리던 모습을 보며
팬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라고 칭한 것에서 유래됨)
작년에 농담삼아 데프콘은 정형돈은 유재석에게 가는 디딤돌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만
설령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데프콘에게 정형돈은 아주 큰 존재인 건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유재석은 또 최근 무한도전 쓸친소 섭외 에피소드에서
지나가는 말로 넌 형돈이 없어도 떴을 거라고 말을 했거든요.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정형돈과 데프콘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데프콘에게 정형돈은 꼭 필요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계기라는 것은 꼭 본인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세상에 사라진 수 많은 영웅들이라는 표현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하지만 둘의 관계를 보면 일방적인 관계만은 아니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데프콘과 정형돈이 처음 공식적으로 같이 방송을 한 것은
MBC 에브리원의 MT왕이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언급을 안할 수가 없는데요.
12회라는 짧은 회차를 기록하고 종영을 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2008년에 시작된 MT왕은 1박2일과 패떳의 영향으로
케이블에서 여러 번 재구성 된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 가장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당시의 케이블 상황(아마도 자금력?) 때문에 조기 종영이 되었으나
나름대로 멤버구성, 이야기 진행 등이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여기서 만난 인연이 훗날 정형돈 등에게 영향을 줍니다.
2008년이면 정형돈이 보금자리인 개콘을 떠나 버라이어티계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된 시점입니다.
주로 무한도전에서의 활약으로 인해 다른 MC도 맡게 되는데,
상상플러스 등에서는 큰 활약을 못하지만 케이블 MT왕에서는 처음으로 메인MC를 맡게 됩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만남 외에도
데프콘의 뮤비와 훗날 시작하는 꽃다발에 출연하는 구지성도 여기서 만나구요
자주 언급하는 남창희와의 만남도 있습니다.
변기수, KCM, 김나영, 이파니 등과도 모두 여기에서 만나게 되죠.
티아라의 보람도 솔로 가수일 때 출연도 했습니다.
개콘의 인맥 외에는 무한도전의 인맥이 전부였던 정형돈에게는
앞날의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인맥이었습니다.
정형돈은 이 시기에 무한도전에 데프콘을 한번 출연하게 해줍니다.
박명수가 간다 특집에서 씨름부를 데리고 고깃집을 습격하는 에피였는데
데프콘은 짧게 뒷모습 정도가 나옵니다.
이대로 끝나나 싶던 둘의 인맥은 2011년 큰 사건 2가지가 터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하나는 많이들 알고 있을 조정 특집에서 정형돈이 억지로 불러 낸 데프콘이
결국 정식 조정 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무한도전의 제 8의 멤버라고까지 불리게 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MBC 에브리원 프로그램인 주간 아이돌에 더블 캐스팅이 된 사건입니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지만 주간 아이돌도 정형돈 위주이고 데프콘은 정형돈의 영향으로 데려온거죠.
2008년 MT왕에서의 만남이 단순히 방송에서의 파트너가 아니라 지속적인 커넥션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언제나 그러듯이 무한도전은 조정특집을 대박쳤고
6주를 기획하던 주간 아이돌은 어느새 2014년, 100회를 훌쩍 넘는 회차를 기록하게 되었고
2011년 형돈이와 대준이 앨범은 대박을 쳤습니다.
그 이후 데프콘은 무한도전에서는 1.5군 혹은 상비군처럼 활약을 하고
무르팍도사에는 정형돈과 함께 나왔고(데프콘 위주 방송)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예능감을 폭발시키고 덕분에 나혼자 산다 파일럿에 합류,
정규 편성 된 이후에도 고정 멤버로 잔류 했으며
1박 2일 시즌 3의 멤버까지 합류를 하게 됩니다.
1박 2일 시즌 3 첫회에 데프콘이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젠가 KBS에 출근 하는데 1박 2일 오프닝(강호동 시절)을 보면서 나도 저기에 낄 수 있나 했다고.
10년간 랩을 했지만 9월에 정산을 해서 흑자를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새 거창한 아파트를 장만해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구요.
그야말로 인생 역전입니다.
MT왕이라는 12회짜리 짧은 프로그램은 데프콘에게 정형돈을 선물해주었고
데프콘의 성공에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데프콘이 일방적인 수혜자라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2008년으로 돌아가면
정형돈은 개콘을 나와 무한도전에 합류를 했지만
무한도전에서 2008년까지의 정형돈은 큰 비중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능인으로서는 굴욕적인 웃기지 않는 개그맨, 어색한 형돈이 등이 전부였죠.
그나마 다양한 기능인으로서 활동은 했지만
프로레슬링과 미존개오라는 캐릭터가 생기기 전의 정형돈은 말 그대로 어색한 뚱보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무한도전 에피소드에서 나왔는데
무한도전 초창기에 정형돈은 노홍철에게 당시 최고 MC들을 몇몇 거론하면서
내가 그 중 하나가 되지 못하란 법이 있냐고 했다죠.
(정신감정 특집 등, 무한도전 에피소드 중에는 이러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제법 많습니다)
캐릭터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지만
개콘이라는 안락한 곳을 나온 이상 정형돈도 앞을 향해 달려야 했고
지금까지도 달리고 있는 정형돈의 목표는 바로 최고의 MC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에게 최초의 메인MC의 자리를 마려해준 것이 바로 MT왕이었습니다.
그리고 MT왕에서 예능감으로 정형돈을 도와준 사람이 변기수와 데프콘이었지요.
참고로 MT왕은 별로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래서 폐지가 된 것은 아닙니다.
몇년 전에 뽑은 MBC 에브리원의 자체제작 프로그램 투표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응도가 좋았습니다.
투표에는 형돈이와 대준이 인기가 반영이 되었겠지만
그렇다면 아이돌이 매주 나오는 주간 아이돌 보다 득표수가 3곱절인 것은 설명이 안됩니다.
(참고로 MT왕이 45% 1위, 복불복쇼가 24% 2위, 주간 아이돌이 15% 3위)
또한, 형돈이는 리쌍의 길과도 뚱스를 하는 등
힙합 쪽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바로 그 쪽으로 진출을 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데프콘입니다.
일종의 프로젝트 앨범은 맞지만 정형돈 개인에게는 분명히 원하던 것 중 하나라는 것이죠.
주간 아이돌에서도 정형돈과 데프콘의 관계는 데프콘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형돈에게 데프콘의 존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메인MC인 정형돈 본인이 앞장서서 어렵고 낯선 대사를 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데프콘이 독한 말 같은걸 해주는게 더 좋겠죠.
당연히, 둘의 관계는 정형돈이 해준 것이 훨씬 많습니다.
아이돌 위주로 섭외를 하던 조정에서 뜬금없이 데프콘을 부르는 것도
본인도 처음 나가는 무르팍 도사에서 완전히 조연의 역할을 자처하며 데프콘을 밀어준 것도
모두 정형돈이 데프콘을 위해 해준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정형돈에게도 데프콘이란 존재는 꼭 필요했던 존재임에 확실합니다.
힙합을 위해서도 메인MC로의 길을 위해서도 말이죠.
이 관계는 흡사 유재석과 박명수와 비슷합니다.
유재석은 본인의 이미지, 그리고 메인MC로서의 진행을 위해서
깐족을 버리고 전면에 내세워 독한 말을 할 수 있는 파트너로 박명수와 함께 합니다.
(박명수가 없을 때의 유재석은 늘 깐족거립니다. 런닝맨에서처럼)
즉, 유재석이라는 사령관에게는 박명수라는 선봉장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정형돈에게는 데프콘이라는 방패막이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정형돈은 유재석처럼 신들린 듯한 진행 능력은 아직 얻지 못했고(영원히? ㅋㅋ)
데프콘은 이미 예능에서 정형돈의 위치만큼 성장을 했다는 점이겠죠.
1인자가 없는 2인자가 없는 것처럼 2인자가 없는 1인자도 의미가 없겠죠.
정형돈과 데프콘은 유재석 박명수 콤비에게는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만남이지만
같이 성장해 갈 수 있는 만남으로 발전을 하길 바랍니다.
데프콘은 최근에 독자노선 구축하는 것 같습니다만 ㅎㅎ 그래도 정형돈과 무한도전에게는 늘 감사를 표하겠죠.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
-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