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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 발바롯사 하이레딘 무덤 근처의 그림, 슐레이만을 영접하는 하이레딘)

 

1. 해군제독이 된 해적

 슐레이만도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붉은 수염단은 유럽 상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였으며, 많은 무슬림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는 걸 젊은 지도자가 모를 리 없었다. 두 사나이는 서로의 그릇을 금새 인정하고 이내 최고의 우방이 되었다.

슐레이만은 하이레딘에게 오스만 해군 최고 제독 자리인 카푸단(Kaptan-i Derya)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북 아프리카의 술탄으로 임명하며

그를 공식적인 지배자로 인정했다. 당시 오스만 해군들과 군함들은 그들이 강점을 보이는 공성전과 야전에 비해 열세였다.

(몽골군이 초창기에 수군이 약했듯이 초원의 민족이 뿌리인 투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랍권에서 육군보다 해군을 무시하는 뿌리깊은 풍토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슐레이만은 달랐다. 이전 셀림 1세처럼

물적지원을 해주며 용병단처럼 부린 것이 아니라 오스만 해군을 한 단계 끌어올려 해상권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해군제독이 된 하이레딘은 자신의 기함 갤리스처럼 오스만 함대를 개조했다. 강력한 화포를 여러개 장착할수 있는 강도의 배를

만들며 백병전의 유리함을 위해 속도와 선회능력을 개선하는 노력 또한 잊지 않았다.

무장집단으로서의 ‘붉은수염 해적단’ 의 행보는 더욱 놀라웠다. 그들은 하이레딘을 따라 고향 알제로 돌아가지 않고

이스탄불에서 하나가 되어 수군의 질적 양적 확장을 위해 노력했다. 부하들이 모두 이러니 하이레딘도 북아프리카 술탄 왕위를 받았지만

알제로 돌아가지 않고 수군 조련의 힘을 쏟았다.

시간이 흐르고 오스만 해군은 이제 세계 최강 함대를 보유한 수군 강국으로 변신했다.

돌격용 오스만갤리의 위용

2. 질풍노도 하이레딘, 에게헤를 정벌하다

 하이레딘은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소규모의 함대들을 이끌고 상선들을 종종 약탈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변함없이

카나리아 제도에서 에스파냐 상선 약탈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상선으로 위장해 해적단을 소탕하려 했던 에스파냐 함대의 함정이였던 것이다.

허나 붉은수염 해군은 달랐다. 오스만 수군들은 체계화된 명령과 훈련된 진형으로 적들을 맞이했다. 터키갤리스 1척과 중 갤리 단 3척만의

오스만 해군은 중장갤리온 3척과 중형갤리온 4척을 맞이했다. 누가 보아도 이길 수 없는 이 싸움에서 하이레딘은 북아프리카 근해

마데이라 제도까지 적을 유인한 뒤, 중형 갤리온을 기습하여 백병전을 통해 배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속도가 느렸지만 쫓아오는데만 급급했던 중장 갤리온3척은 중형 갤리온 구출에 나섰다. 하지만 점거 후 일부 함선을 에스파냐 깃발로 위장한 채

접근했던 하이레딘에게 중장 갤리온은 속수무책으로 모두 격파당했다. 에스파냐 함대는 순식간에 전멸한 것이다.

이 승전보는 하이레딘에게 있어서 복수의 서막을 연 상징적 성과였으며,오스만 해군과 에스파냐 해군과의 첫 맞대결 승리였다.

술탄 슐레이만은 이소식에 크게 기뻐하며 해군 육성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술탄은 마침내 해상권 장악을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로도스섬 점령도 해군의 노련한 지원사격등이 없었다면 쉽게 점령할 수 없었다.

호기롭게 헝가리를 복속시키고 함스부르크 왕가와 유럽 정복을 눈앞에 두었지만 앞서 말한 이야기때처럼 실패했다. 하지만 슐레이만은

낙담하지 않았다. 해상권 장악을 통해 전 유럽을 장악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그는 해군제독 하이레딘에게 베네치아 인접 동맹령들의 정복을 명했다. 지중해의 교역권을 장악한 베네치아의 상업권만 확보한다면,

오스만 제국의 유럽 정벌 야망도 한걸음 크게 다가서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비엔나 공성전에서 말했지만 이미 주요 국가들간의 영토 다툼에 몰두하던 유럽에선 해상권까지 차마 신경 쓸 수가 없었다.)

하이레딘은 베네치아 속국의 시로스, 아이기나, 로스, 파로스, 티노스, 카르파토스, 카소스, 낙소스 등 다수의 현 그리스 지역 근처의

에게헤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뒤 빠른 속도로 점령을 가속화한 오스만 수군들 앞에 이오니아 제도의 모든 섬들과 소국들은

점령 당했다.

이 와중에 베네치아의 괴뢰 정부격인 상업국가 낙소스 공화국은 오스만 제국에 완전 편입 되었다. 

이 기세를 몰아 하이레딘은 기독교 국가들의 정벌을 술탄 슐레이만에게 요청했다. 형제들의 복수를 실현할 때가 온 것이라고 

결심했던 것이다. 마침 비엔나 공성전에서 굴욕적 패배를 당했던 슐레이만도 기독교 국가들의 재 정벌을 원했던 터이다.

두 남자의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졌고 오스만은 역사적으로 가장 큰 함대를 파견하여 베네치아를 침공한다.

마침내 프레베자 대 해전의 서막이 올라간 것이다.

프레베자 대해전(1538)

3. ‘신성 동맹’ 기독교 국가들의 반격 시작

 베네치아 남부의 코르푸(Corfu)는 현재 그리스 남부의 섬 이다. 이 도시는 유럽 열강들의 베네치아 상선들 약탈을 막으며 최대 교역

도시 였으며 최대의 해군기지 도시였다. 베네치아 건국 이후 한번도 점령당하지 않았던 이 도시는 하이레딘의 오스만 수군들 앞에

무기력하게 점령 당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거슬리는 존재인 스페인의 동 지중해 진출을 막기 위해 남부 이탈리아에 있는 스페인 해군들의 거점

칼라브리아(Calabrian)을 약탈했고 조선소와 모든 배들을 불태웠다.

남부 이탈리아까지 오스만 해군들이 접근하자 교황 바오로3세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던

교황청이지만 이교도들에게 베네치아마저 함락 된다면 자신들의 안위는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1538년 2월, 교황은 ‘신성 동맹’ 을 조직하는데 성공한다. 이 동맹령에는 위기감을 느낀 교황령, 번번히 상선들을 약탈당하는 에스파냐,

베네치아 공화국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안전하지 못했던 제노바 공화국,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었던 베네치아 공화국, 

그리고 기독교 무장단체인 성 요한 기사단(몰타 기사단)이 참가했다.

그들은 타도 발바롯사 하이레딘을 외치며 대 함대를 결집 시켰다. 총 함대 302척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연합 함대는 오스만 제국군을 향해

몰려들었다.

해군 최고 지휘관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군제독 제노바 공국 출신의 안드레아 도리아가 맡았다.

4. 결전의 바다 프레베자

 신성 동맹 함대는 함대를 코르푸 근처에 집결시키기로 하고 각자 국가의 항구에서 몰려왔다. 비교적 모항이 가까웠던 

교황령의 제독 마르코 그라미니(이탈리아의 주교)의 함대와 베네치아의 빈센초 카펠로 휘하의 함대가 먼저 도착했다.

그라미니는 도리아가 도착하기 앞서 교황령과 베네치아 함대에게 프레베자 근처의 요새를 공격한다. 대 함대가 집결해서

정박 해 있을 곳이 필요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하이레딘은 이를 간파하고 프레베자에서 군대를 매복 해 놓고 기다렸다.

결국 오스만 군대의 기습 매복에 큰 타격을 입고 많은 사상자만 낸 채로 후퇴했다.

안드레아 도리아는 후미 함대와 함께 1538년 9월 22일 합류했고 그날 모든 동맹군의 함대가 집결을 완료 했다.

하이레딘의 본대는 승전 후 에게 해의 코스 섬에 정박하고 있었다. 이미 동맹이 결성되었다는 첩보를 입수한 그는 이스탄불 근해의 모든

함대들과 점령지의 수군들을 한대 집결 시킨 후에 작전 회의를 구상하던 중이였다.

타격을 주었지만 오스만 해군의 총 함대는 122척으로 아직도 적들은 3배 가까운 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이레딘의 부사령관인

시난 레이스는 프레베자 근처의 아르테만의 악티움으로 병사들을 상륙시키고 결전을 준비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처음에는 반대한 그였지만 오스만 해군 최고의 두뇌인 시난 레이스는 그에게 이 거점의 중요도를 설명했고 악티움을 점령했다.

악티움을 점령함으로 오스만군은 육지에서 적들에게 포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이레딘이 처음에 반대했던 이유는

열세의 숫자인 병력을 나누는 것은 큰 모험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기발한 전략은 이 해전에서 승리를 이끄는데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

또한 도리아가 악티움 탈환에 나선다면 손쉽게 뻬앗길 우려가 있었고 반대로 아군들에게 노획당한 화포의 포격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난 레이스는 도리아를 잘 알고 있었다. 상륙전에서 이미 한번 패배한 동맹군과 도리아는 오스만 육군들을

두려워 하며 점령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티움의 포격을 피해 해안가에서 떨어져야 해서 이동 경로가 좁아지는 불편과 점령하면 이길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다른 지휘관들은 지속적으로 도리아에게 악티움 공격을 요청했지만 전부 거절 당했다. 지휘관들은 땅을 치면서

"신이 우리를 버리는구나" 하며 한탄했다고 한다.

도리아는 악티움이 아닌 상대적으로 방어가 약해 보이는 건너편 해안을 공격한다. 1538년 9월 25일과 26일,

양일동안 동맹군은 상륙을 위해 돌격했지만 하이레딘의 부하 무라드 레이스의 공격으로 또 다시 큰 사상자만 남기고 실패했다.

도리아가 이끄는 동맹군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박에 지속적으로 실패하며 바다위에 떠 있기만 했다. 그러던 중

역풍이 불어 점차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불리한 위치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동맹군의 함대는 점점 하이레딘의 진형쪽으로 가까워 질 수밖에 없었고 악티움의 사거리에 점점 근접하기 시작했다. 

9월 27일 밤 동안 동맹군은 남쪽으로 30마일정도 바람에 의해 항해를 했고 28일 새벽 바람이 멈추었을때 그들은 레프카다 섬 근처의

도달했다.

프레베자 해역 세솔라 라는 지역에 정박한 동맹군은 여기서 오스만 해군을 격파해야 한다고 생각해 결전의 장소로 정한다.

동맹군이 역풍으로 인해 반 강제로 전장을 선택할 무렵,  발바롯사 하이레딘 파샤는 풍량을 예측해 그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동맹군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