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1077498&cpage=1&mbsW=&select=&opt=&keyword=

그의 책이 삼류 저질 도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편하게읽히는 가운데 독서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고 거기에 덧붙여서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으니 그런 정도로 자기몫을 다하는 책인것은 분명하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 그만큼 쓰는 것도 쉽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온당한 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그 정도다. 그것이 우리 인생에 고귀한 지혜를 주는 것도 아니고 국정 운영에 더할 나위 없는 통찰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쯤에서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를 드러내 놓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이 책은 일본 우익 작가가 일본 우익들에게 이야기하는 우익 에세이다. 그것이 내 판단이다.

민주주의란 약자들의 넋두리이고 고대 그리스식의 대화와 토론은 쓸데없는 수다에 불과하다. 지배자는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황제 내지 황제형의 인물이 적합하며 지도자가 민주적일 필요는 없다.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건강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등을 같이 하지 않고 분리하는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그는 로마제국을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를 설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로마 제국은 모든 제국의 영원한 원형이 아니던가? 그러나 일본은 그러한 제국의 꿈을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다. 말하자면 원형으로부터 벗어난, 일그러진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근원으로 돌아가 완전한 제국을 탐사하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중략) 그의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든지, 읽지 말자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알 것은 알자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호들갑떨지 말자는 것이다. 약간의 비판적 안목만 있으면 이 책의 색깔이 어떻다는 것은 금방 눈에 들어오는데, 우리 나라 주요 신문들이라는 것이 그런 점 하나 지적하지 못한 채 로마로 찾아가서 인터뷰 공세를 펴며 시오노 나나미를 우리 시대의 현인으로 추켜 올리는 것이 정말 꼴사납기에 하는 말이다.



주경철 교수는 바로 뒤에 이어지는 또 다른 글에서 좀 더 구체적인 비판을 가합니다.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와 또 이 책들에 대한 작가 스스로 자기 생각을 전개하고 있는 일종의 사로집 격인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하여 내 생각을 개진해 보도록 하겠다.

1. 무엇보다도 시오노 나나미 씨는 로마인들이 이민족에 대해 너그럽고 관용적으로 지배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로마인들은 "민족적 편견이나 차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로마인의 특질인 개방성과 다인종,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로 이루어진 보편 제국을 통치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지배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제국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적이라도 포용"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중략)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착잡하다. 너그러운 이민족 지배자, 오히려 남을 도와주는 지배자라는 것이 세상에존재하는 것일까?

(중략)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로마가 카르타고의 해외 영토를 모두 빼앗고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리고 10척 이상의 함선 보유를 금지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고, 그 후에 카르타고가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나려는 기미가 보이자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서 3차 포에니 전쟁을 일으켜서 적을 완전히 파괴한 것도 마찬가지다.

시오노 나나미 씨 자신도 "기원전 146년, 로마는 3년 동안의 공방전 끝에 함락한 수도 카르타고를 파괴했을 뿐 아니라 소금을 뿌려 불모지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쓴 점을 보면 이런 사실을 설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로마가 모든 민족을 다 포용하는 '보편 제국'을 성립시켰다는 주장과 모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중략) 로마 전체로 보더라도 이런 '제국주의적인 착취'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던 것은 분명하다.시칠리아와 사르디니아 같은 곡창지대는수확의 10분의 1을 내도록 했고 광산은 직접 빼앗었으며 피지배적인 인력을 동원해서 도로를 건설했다. 그 덕분에 이탈리아 내에서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도 살 수 있다.

그러니 경제적 이익을 무시하고 단지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서 전쟁을 치렀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순진한 이야기든지 혹은 뭔가 이데올로기적인 왜곡의 결과라는 의심을 금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주경철 교수는 시오노 나나미가 노예를 자유경쟁 노동자쯤으로 인식한 것, 심각한 영웅주의에 중독되었다는 것, 사실과 허구를 별다른 설명 없이 마구 섞어 놓은 문제들을 지적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로마인 이야기의 읽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로마인 이야기를비판적으로 읽는 법은 이렇다. 멋있는 문장, 의미심장한 구절이 나오면 의심하라! 내 느낌을 말하자면,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고 그래서 판단을 내리기 힘들 경우 갑자기 문투가 화려해진다. 예컨대 "나이가 사람을 완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 사람을 완고하게 만든다", 이런 식인데, 추측컨대 많은 독자들이 이런 멋진 말이 나오면 그곳에 예쁘게 밑줄을 그었으리라. 바로 이와 같은 잠언 비슷한 부분들이 이 책의 묘미일 터이나, 내 생각에는 그런 부분일수록 '증거 부족'의 도피처 역할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