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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에서 오랫동안 사회를 보고 있는 넉넉해보이는 체구의 이금희라는 아나운서.
따로 찾아보지는 않지만 가끔식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를 보면 정말 진행을 잘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할말 다하면서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죠 이야기가 다른데로 빠질려면 다시 요약해서 원래 궤도로 올려놓는 재주도 뛰어납나디.

작년 여름쯤에 세계적인 배우 리처드 기어가 자신의 사진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그때 일정을 내어서 <아침마당>에 출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리처드 기어는 독실한 불교신자라 인터뷰 내내 묵주를 손에 쥐고 돌리며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요.
리처드 기어는 그 프로에서  "어떻게 불교 신자가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달라이 라마에게 받은 영향 등을 설명을 했죠.

영어 답변이 끝나자 곁에 있던 동시통역자가 약간 당황을 했습니다. 틀림없이 불교와 관련된 용어들이 섞여 나왔는데 자신이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던 거죠. 그래서 출연진 중에 같이 나와 있던 (하버드 대학을 나오고 미국에서 종교학과 교수로 있는) 혜민 스님에게 "제가 제대로 전달할지 모르겠는데..  혜민 스님이 조금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통역을 하는 중에 '달라이 라마로부터 불교의 친절(kindness)에 대해서 배웠다'라고 하더군요.
통역이 끝나고 난 뒤 혜민스님은 약간의 보충 통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교의 친절(kindness)'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를 안했지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불교의 친절함'이라는 말이 딱히 와닿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때 이금희씨가 살짝 거들더군요. 동시통역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진으로 나와 있는 엄앵란씨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방금 리처드 기어씨가 하신 말씀은 엄선생님이 평소에 이야기하시는 '측은지심'이나 '자비심'과도 통할 것 같아요". 

저는 이때 놀랬습니다. 아.. 사회는 저렇게 하는구나. 동시통역사에게 '그 말은 이게 더 맞는게 아닐까요?'라고 지적하는게 아니라 곁에 있는 다른 출연진에게 말을 건내면서 살짝 수정한거죠. 이야기를 리처드 기어에게서 엄앵란으로 넘기는데 그 때 '친절'보다는 '자비'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것을 살짝 내비친 겁니다.
동시통역사에게 무안을 주지도 않으면서 엄앵란씨에게 발언권을 넘기고 통역된 내용을 수정.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1석 3조의 효과를 내는데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뒤에 물러서서 하는 겁니다.

사람들 중에 이금희씨의 뚱뚱한 몸매를 놀림감으로 지적하는 분들이 있던데 저는 그보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가지는 그런 넉넉함이 예뻐보이더군요. 정말 훌륭한 진행자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