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봉지
- 작성일
- 12-10-09 08:11
그냥 생활속 소소한 이야깁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에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라는 것이 없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느슨합니다.
보통 음식쓰레기를 포함한 일반 쓰레기는 비닐 봉지에 넣어서 버리고
그나마 페트병, 캔, 종이 등은 "재활용"이라고 적혀있는
하나의 박스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죠.
암튼암튼 무슨일이고 하니
저희 집 앞에 일반 쓰레기를 수거하는 큰 박스가 있습니다.
아래는 대략 비슷한 예시입니다.
위에 있는 큰 뚜껑을 손으로 열어 쓰레기를 버리면 됩니다.
근데 언젠가부터 뚜껑 위에 그냥 쓰레기 봉지를 놓고 가는 분이 있더군요.
귀차니즘이 강한 분인가보다 하고는 대수롭잖에 넘기다가
어느순간 자세히 보니 봉지에 한국말로 적혀있습디다.
이동네 비교적 큰 한국 슈퍼마켓 이름이 적인 비닐 봉지였습니다.
순간 좀 부끄럽드만요.
그담에 그 봉지를 몇차례 또 보게 되었고
제가 직접 뚜껑을 열고 버렸습니다.
근데 그렇게 쓰레기를 버린 당사자가 한국 사람인지 아닌지는 단정하긴 쉽지 않았어요.
다른 나라 사람도 충분히 한국 슈퍼마켓을 이용할 수 있기에 말입니다.
이러기를 한 5~6차례.
역시 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쓰레기 장 안에서 웬지 뚜껑을 열지 않고
뚜껑 위에 쓰레기 봉지를 얹어 놓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쓰레기 장에서 웬 동양인 남자가 나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쓰레기 장에 도착해보니
예전처럼 쓰레기 수거함 뚜껑 위에
한글이 선명한 봉지가 뒹굴고 있드만요.
직접 보진 못했지만
조금 전 그 남자가 한 짓이라는 확신이 듭디다.
근데 그분은 한국분입니다.
인사하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작은 이 동네에서 버스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잦은데
대략 분위기 보면 감이 오고 다른 사람이랑 전화통화나 대화하는 언어를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암튼 그래서 그분 때문에 기분이 좀 상하드만요.
이동네 한국사람들 망신시킨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본어를 보고 이해는 못하더라도 일본어인 것은 알 수 있다시피
그 글자들을 보고 이해는 못하더라도 한글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적잖을 것을 생각하니 더 부끄럽습디다.
다음 번에 만나면 꼭 한 마디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
